[사설]시청자 외면하고 지상파 민원 들어준 ‘중간광고 전면 허용’

동아일보 입력 2021-01-14 00:00수정 2021-01-1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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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르면 6월부터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중단했는데 3년 만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광고 총량도 다른 유료 방송 수준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날 발표 내용을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이라 했지만 실상은 지상파를 위한 지원책에 가깝다. 지상파는 희소한 공공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대신 공익성이 강한 방송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종합편성채널이나 유료채널보다 광고방송을 적게 하고 특히 상업성이 짙은 중간광고를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파를 사용하는 특권은 그대로 누리면서 광고도 다른 유료 방송사와 똑같이 할 수 있게 된다.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에 따른 군소 매체들의 경영난은 방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지상파는 이미 2016년부터 프로그램을 2, 3부로 쪼개어 프리미엄광고(PCM)를 넣는 꼼수로 중간광고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MBC와 SBS는 메인 뉴스 중간에도 PCM을 넣어 보도의 독립성 침해 우려마저 낳고 있다. 방통위의 이날 결정은 편법 중간광고를 막아달라는 시청자단체들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한 조치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는 KBS 수신료 인상도 포함돼 있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지만 매번 여론의 반대에 부딪쳤다. 앞으로도 친여 편파 보도 논란과 방만 경영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시청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코로나19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신료를 역대 최대 폭인 10% 인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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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시청자와 중소 방송사들의 이익을 희생해 공룡 지상파를 챙긴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KBS 수신료 인상정책을 백지화해야 한다.
#중간광고#지상파#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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