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방사한 황새, 월동준비 위해 한반도까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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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연구진 GPS 위치추적 결과 1800km 날아 전남 해남 정착
한-러, 황새 생태계 개선 위해 번식지 월동지 연구 공조 확대

황새야 반갑다! 10일 전북 고창군의 한 논에서 황새 60여 마리가 집단 월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황새 중에는 다리에 식별용 흰색 밴드를 착용한 새도 섞여 있다. 황새들은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텃새 황새다. 철새 
황새들은 한국에서 겨울을 난 뒤 3월 러시아와 중국으로 돌아간다. 독자 박현규 씨 제공
황새야 반갑다! 10일 전북 고창군의 한 논에서 황새 60여 마리가 집단 월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황새 중에는 다리에 식별용 흰색 밴드를 착용한 새도 섞여 있다. 황새들은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텃새 황새다. 철새 황새들은 한국에서 겨울을 난 뒤 3월 러시아와 중국으로 돌아간다. 독자 박현규 씨 제공
러시아에서 구조해 방사한 황새 한 마리가 한반도 최남단에서 발견됐다.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함께 추적한 결과다. 두 나라를 오가는 철새를 양국 연구진이 공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새 보전을 위한 국제 공조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 서식하는 황새는 현재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만 남았다. 황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이고, 국제적으로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 위험도를 9단계로 나눈 적색 목록(Red List)에서 네 번째로 심각한 위기(EN) 범주에 속한다. 1970년대 개발로 인한 습지 감소, 전깃줄 충돌, 농약 사용 등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 1800km를 날아온 황새

지난해 12월 18일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 러시아지부 연구진이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 연락을 해 왔다.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새가 한반도에 들어갔는데, 건강하게 활동하는지 확인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 야생동물재활센터에서 연구진들이 황새의 재활을 돕고 있다. 지난해 6월 둥지에서 떨어졌다 구조된 이 황새는 8월 치료를 마치고 방사돼 한국으로 날아왔다. 세계자연기금(WWF) 러시아지부 제공
러시아 야생동물재활센터에서 연구진들이 황새의 재활을 돕고 있다. 지난해 6월 둥지에서 떨어졌다 구조된 이 황새는 8월 치료를 마치고 방사돼 한국으로 날아왔다. 세계자연기금(WWF) 러시아지부 제공
러시아 연구진은 지난해 6월, 극동 러시아 연해주(프리모르스키)에서 둥지에서 떨어져 탈진한 어린 황새를 구조했다. 황새는 야생동물 재활센터에서 연구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고, 2개월 뒤 예브레이스카야 자치주에서 방사됐다. 그 지역 황새들이 월동을 위해 떠나기 전 먹이를 먹고 비행을 준비하는 지역이다. 얼마나 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황새가 무사히 한반도로 넘어온 것이다.

연락을 받은 윤종민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장은 곧장 러시아 연구진이 보내준 황새의 위치추적시스템(GPS) 정보를 확인해 전북 김제로 갔다. 그러나 허탕이었다. 다음 날도 다시 김제를 찾았지만 황새를 찾을 수 없었다. 황새의 위치 신호는 이틀에 한 번씩 들어오는데, 하루 새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황새는 성탄절인 12월 25일 전남 해남의 한 기수역(汽水域·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찾았다. 다리에 가락지 형태의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다른 황새 17마리와 함께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었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황새는 약 4개월 동안 러시아 예브레이스카야 자치주에서 두만강 인근으로, 이후 북한 평양을 지나 한반도 최남단까지 날아왔다. 비행 거리만 1800여 km에 달한다.

○ 황새 생태계 개선 나섰다

국립생태원과 세계자연기금은 지난해 2월부터 ‘한반도 월동 황새의 러시아 번식지 개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와 한반도를 오가는 황새는 러시아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 한반도로 날아와 지낸다. 양국은 각각 번식지와 월동지 환경을 조사하고 이동 경로를 공동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황새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도 필요한 일이다. 국내에는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황새 외에 텃새로 지내는 황새가 있다. 이 텃새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한 쌍이 발견된 것으로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다. 이후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를 들여와 자연번식에 성공했고 2015년 야생 방사했다. 현재 50여 마리의 황새가 야생에서 텃새로 서식하고 있다. 철새 황새가 늘면 국내 황새의 종 다양성이 늘어날 수 있다.

한-러 연구진은 지난해 3월 러시아 황새 서식지인 연해주 항카호(湖) 습지와 두만강 유역에 인공 둥지탑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에선 화재와 가뭄 등으로 황새가 둥지를 만들 수 있는 나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황새#월동준비#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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