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두 아들, 인기도 나눠 가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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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허웅, 올스타전 팬투표 1, 2위
형제가 나란히 ‘별 중 별’ 2번씩
승부욕 닮았지만 스타일은 딴판
“아버지 밑에서 함께 우승했으면”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의 장남 허웅과 차남 허훈이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에서 형제로는 역대 처음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맞붙은 허웅(오른쪽)과 허훈. KBL 제공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의 장남 허웅과 차남 허훈이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에서 형제로는 역대 처음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맞붙은 허웅(오른쪽)과 허훈. KBL 제공
“어떻게 아들 둘 다 농구를 그렇게 잘할 수 있어요? 자식 복도 타고나셨네요.”

허재 전 대표팀 감독(56)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인이나 팬들을 만나면서 이 말을 가장 자주 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농구 대통령’이라는 별명보다 ‘허웅과 허훈의 아버지’로 불려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허웅(28·DB), 허훈(26·KT)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으로 올스타 투표 1, 2위를 독식한 형제가 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이 5일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동생 허훈이 3만2642표로 1위를 차지했고, 형 허웅이 3만1421표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형제는 그동안 사이좋게 두 번씩 프로농구 ‘별 중의 별’ 타이틀을 나눠 가졌다. 허웅은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 연속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했고, 허훈은 2019∼2020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1위로 뽑혔다. KBL 무대에서 형제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KBL은 지난 시즌 올스타전 흥행을 위해 경기 중간 형제가 1 대 1로 맞붙는 이벤트까지 연출했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지만 ‘농구 명가’의 형제는 막상막하다. 성격도, 농구 스타일도 다른 데다 대놓고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 팬들로서는 보는 재미가 더하다.

슈터로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허웅은 성실한 자세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안정적인 농구가 돋보인다. 포인트가드인 허훈은 아버지의 화끈한 승부사 기질과 외향적인 성격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피 말리는 승부처를 자신의 ‘쇼 타임’으로 즐길 줄 아는 배포도 있다. 이런 동생의 스타일에 자극을 받았는지 요즘 허웅은 KT와 대결하기 전날엔 허훈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너를 눌러버리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엄포를 놓기도 한다.

둘의 스타일을 잘 아는 허 전 감독은 형제를 대할 때 소통 방식을 달리한다. 큰아들에게는 부드럽게 격려를 하는 반면 작은아들과는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잘못된 플레이에 대해선 따끔하게 지적을 한다.

뿌듯한 자식들이지만 내심 아쉬운 점도 있다. “웅(186cm)이와 훈(180cm)이 키가 작은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는 허 전 감독은 “특히 웅이는 키가 더 컸다면 정말 어디서도 통하는 슈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허 전 감독의 키는 188cm다.

이번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스타 투표만 하고 올스타전은 치르지 않는다. 이번에 뽑힌 올스타 선수들은 유니폼에 올스타를 나타내는 특별 패치를 붙이고 정규리그 경기에 나선다. KBL은 별도의 올스타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허 전 감독은 이제 ‘농구인’보다 ‘방송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팬들은 허 전 감독이 지도자로 컴백해 ‘농구 명가’ 삼부자가 함께 코트에 서는 모습도 기대하고 있다. 허훈은 “아버지와 같은 팀에서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구 대통령#허훈#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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