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상점 아닌 상품만 검색하던 오픈마켓은 잊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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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C시장이 여는 ‘이커머스의 미래’… 오픈마켓, 브랜드 관리 등 한계
판매자가 스토어 구축해 상품파는 포털 기반의 D2C 쇼핑몰 급성장
온라인으로 옮긴 창업 수요도 한몫… D2C기반 이커머스업체 ‘쇼피파이’
누구나 쉽게 쇼핑몰 만들 수 있어… 플랫폼에 판매자들 유치해 선순환
안정적 수익-획기적 기술은 없어… “물류 인프라-서비스 확충 필수적”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의 화두인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의 대표주자 쇼피파이는 월 구독 모델로 판매자들을 
확보했다. 또 이들에 필요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거두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쇼피파이 홈페이지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의 화두인 D2C(Direct to Customer) 플랫폼의 대표주자 쇼피파이는 월 구독 모델로 판매자들을 확보했다. 또 이들에 필요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거두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쇼피파이 홈페이지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화두는 단연 D2C(Direct to Customer), 즉 소비자 직접 판매 모델이다. 이는 판매자가 스토어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과거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이 지배적일 때는 제조업체들이 항상 유통업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쇼핑이 처음 태동할 당시만 해도 마켓 플레이스를 통한 판매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점차 오픈마켓에만 의존해서는 상점의 브랜드 관리 및 고객 확대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자의 ‘상점’이 노출되기보다는 주로 ‘상품’만이 검색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브랜드나 각 상점의 스타일과 아이덴티티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핵심 마케팅 요소가 되기 때문에 가격 출혈 경쟁이 벌어지기 쉽다.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DBR 2020년 12월 2호 (311호)에 실린 ‘이커머스의 미래’를 요약 소개한다.

○ 상품보다 상점 부각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포털 기반의 D2C 쇼핑몰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D2C는 판매자들이 자체 브랜딩을 강화하기에 좋은 방식일 뿐만 아니라 판매 데이터 및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오픈마켓 대비 저렴한 수수료도 D2C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다. 아울러 팬데믹 사태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이 쇠퇴하고 창업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전하면서 D2C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됐다.

네이버는 2018년 11월부터 모바일 앱을 개편하고 커머스를 중요한 사업 부문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 이어 검색 포털의 강점인 강력한 트래픽 유입을 바탕으로 쇼핑 거래액과 자사 지불 결제액을 늘려 선순환을 구현하고 있다. 트래픽을 무기로 제3자인 판매자들을 유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 전환과 재구매 비율 및 거래액을 끌어올려 광고 수익을 얻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자사 결제 시스템에 동반되는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판매자들의 소싱부터 배송까지 이커머스 밸류체인을 원활하게 가동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연합군을 구축한 것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만의 강점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회사는 D2C 기반 이커머스 업체 쇼피파이였다. 쇼피파이의 매출액은 크게 구독 솔루션(Subscription Solutions)과 머천트 솔루션(Merchant Solutions)으로 구분된다. 구독 매출액은 판매자들이 쇼피파이 플랫폼 이용의 대가로 지불하는 월 구독료에서 발생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아니어도 월 29달러부터 299달러를 내면 누구든지 손쉽게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검색 최적화, 마케팅, 결제, 고객 관리 등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머천트 매출액은 쇼핑몰 관련 부가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판매자들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결제 시스템, 마케팅, 펀딩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처럼 쇼피파이는 월 구독을 통해 쇼핑몰을 열려는 수많은 판매자를 확보해 놓고, 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를 붙여가면서 수익을 거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 회사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앱을 구매해 적용하기도 하는 등 판매자들의 수요에 따라 앱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다.

○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쇼피파이가 구독 솔루션보다 머천트 솔루션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들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부가 서비스의 매출액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즉, 수많은 판매자들을 바탕으로 사업 레버리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쇼피파이의 핵심 전략은 가장 단순하고 쉬운 서비스를 제공해 최대한 많은 판매자들을 플랫폼에 유치하고, 그 안에서 선순환 생태계를 이뤄나가는 것이다. 더 많은 중소 상인이 플랫폼에 들어오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전문가들도 쇼피파이 생태계에 들어와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상인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 더 많은 고객이 쇼피파이로 유입된다. 이를 통해 쇼피파이는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부가 기능을 판매하는 수익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또 쇼피파이는 쇼핑몰들의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쇼핑몰을 세팅해 놓으면 이탈하기 어렵다. 이처럼 이커머스 이해관계자들을 꾸준히 늘려 나가면서 확장형 선순환을 이루고,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쇼피파이의 전략이다.

하지만 쇼피파이에도 넘어야 할 관문은 있다. 아직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지 못하고 있고, 시장을 파괴할 만큼의 획기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기 진입한 판매자들이 무료 이용 기간을 넘어 실제 장기 구독자로 얼마나 남아 있을지, 판매자들을 어떻게 수익원으로 만들어낼지도 남겨진 과제다. 또 쇼피파이가 아마존에 대적할 만한 전자상거래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아마존을 뛰어넘는 물류 인프라와 서비스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책임연구원 lina.oh@ebestsec.co.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오픈마켓#이커머스#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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