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초호황기 온다”… 반도체株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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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등 수요 늘어 가격 반등
마이크론 대만공장 정전사고로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이익 예상
주가 한달새 22%-38%씩 급등… 일각 “낸드 시장은 위축, 속단 일러”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018년 이후 약 2년 만에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세가 빨라지는 등 수요 회복의 신호가 감지되는 가운데 최근 D램 현물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주요 D램 사업자인 마이크론 정전 사태가 겹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6일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DDR4 8Gb)은 2.864달러(4일 기준)다. 10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이달 들어 4일 연속 상승했다. 보통 현물가격은 메모리반도체 고정거래가(공급 계약 가격)보다 약 3개월 앞선다. 시장 분위기를 곧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미래 업황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고정거래가는 한 달 최고 8.95% 하락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7∼12월) 내내 내리막이었다”라며 “이달 말 나오는 고정거래가 추이를 봐야 하지만 최근의 현물가격 상승은 내년 반도체 시장 ‘훈풍’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깨는 신호도 곳곳에서 나온다. 3일(현지 시간) 발생한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대만 MTTW 공장 정전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공장의 D램 생산량은 마이크론의 30%, 글로벌 D램 전체 시장의 약 9%를 차지한다.

아직 구체적인 손실규모는 파악 중이지만 반도체 업계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라인에 들어간 웨이퍼 전량 폐기 가능성이 높아질 정도로 손실이 크다. MTTW 공장은 약 1∼2시간 뒤 전력이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웨이퍼부터 최종 단계까지 검수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생산과정에 있던 물량을 대부분 폐기 처분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피해 정도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지만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수요자, 즉 D램을 사들이는 기업에 미칠 심리적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며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전체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이 움츠러든 반면 수요 회복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잔뜩 움츠렸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웨이가 위축된 시장을 노리려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모바일 D램 주문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구글, 아마존 등도 데이터센터용 D램 주문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혜를 본 대표 업종인 노트북, 태블릿PC 수요도 여전하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반도체 재고를 쌓아두기 위해 대량 구매에 나서면서 공급업체의 보유 재고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상태”라며 “수요 회복, 재고 하락, 공급 부족 등 내년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을 점칠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처음으로 7만 원을 넘어선 삼성전자는 한 달 동안 22%(1만3000원) 상승했다.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도 한 달 전(11월 4일)보다 38%(3만1800원)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슈퍼사이클을 예상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D램과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업황 회복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는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박희창 기자
#d램#초호황기#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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