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부메랑… 증권사 ‘빚 못갚은 주식 처분’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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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증권사 28곳 9월 3889억 달해… 증시 폭락한 3월이후 최대 규모
미수거래 반대매매만 3048억… ‘3일짜리 외상’ 못 채워넣은 탓
빚 내기 쉬운 주식거래 제도에 주식 미숙한 ‘초보’ 크게 늘어
주식하락→반대매매 악순환

“제 계좌에 있는 돈보다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어 일단 매수했더니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한다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주식 커뮤니티엔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강제로 주식이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는 고민 글이 올라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장에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제때 계좌에 현금을 채워 넣지 못했거나 빚으로 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자 증권사들이 주식을 되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한다는 것이다.

○ ‘빚투의 그늘’ 반대매매 3월 이후 최대
2일 본보가 지난해 1월∼올해 9월 국내 증권사 28곳의 반대매매를 분석한 결과 9월 반대매매 규모가 3889억 원으로 올해 3월(7296억 원)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코스피가 1,900 선까지 떨어졌던 7, 8월(3600억∼3700억 원대)보다도 늘어난 규모다. 반대매매는 3월 바닥을 친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5월 1812억 원까지 줄었다가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대선, 연말 대주주 요건 확대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다시 불어나고 있다.


최근 빚투가 늘고 주식투자에 막 발을 들인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가세한 영향도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증권사 빚투 규모는 신용융자 잔액이 16조4294억 원, 미수거래 잔액이 2259억 원으로 각각 연초 대비 78%, 35%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 반대매매의 상당수는 3일짜리 ‘단기 외상거래’인 미수거래가 차지하고 있다. 9월 미수거래 반대매매(3048억 원)는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미수로 주식을 사고 2거래일 뒤 해당 금액을 채워 넣지 않으면 증권사는 바로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미수거래는 미수로 산 주식을 당일 되파는 초단타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주식 초보들이 잘 모르고 미수를 썼다 반대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빚투’ 단골 바이오 종목에 반대매매 집중
증권사에서 빚을 내기 쉬운 점도 반대매매가 반복되는 요인이다. 증권사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는 은행 대출과 달리 별도 심사 없이 증권사와 약정을 맺거나 계좌 설정만 바꾸면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은행의 신용대출을 한도까지 끌어 쓴 뒤 증권사 신용융자까지 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매매는 변동성이 크고 개인들의 주요 빚투 대상이 된 바이오 종목에 집중됐다. 최근 조정장에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9월 반대매매가 가장 많았던 종목 1∼3위는 신풍제약, 씨젠, 셀트리온이었다. 이를 포함해 상위 10개 종목 중 6개, 상위 20개 종목 중 12개가 바이오 종목이었다.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의 경우엔 현금과 주식, 펀드 등의 담보가치가 빚을 낸 금액의 통상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통해 담보비율을 140%로 다시 맞춘다. 주가가 급락하면 해당 종목에 빚투를 한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다.


반대매매가 늘면 투자자 손실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할 때 전날 종가의 하한가(―30%)로 매도 주문을 낸다. 만약 4만 원을 갖고 미수거래로 1만 원짜리 주식 10주를 샀다면, 증권사는 1만 원짜리 주식 9주를 7000원에 팔아 10만 원을 맞추는 식이다. 특정 주식에 하한가 주문이 몰리면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게 돼 다른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빚투#증권사 반대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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