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실상 물 건너간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일정표 다시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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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주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연합지휘능력 검증을 내년에 실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로 미뤄진 2단계 검증을 내년 상반기에 실시하고 하반기에 3단계까지 마무리하자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내년에 2단계 검증조차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년 검증이 미뤄지면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내년 검증 일정도 어렵다는 미국 입장은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재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미 SCM에서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조건의 조기 구비’를 내세우는 한국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나아가 미국은 전환 시기를 못 박고 싶어 하는 한국을 향해 당장 내년 일정도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정부의 공식 목표는 ‘임기 내 전환’이 아니라 시기 미정의 ‘조기 전환’이다. 하지만 정부와 군은 내부적으로 2022년 초를 목표로 잡고 각종 국방개혁과 방위력 증강계획을 모두 여기에 맞춰놓았다. 하지만 북핵 협상의 장기 교착 속에 연합훈련이 취소 또는 축소되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선 북핵 위협에 맞설 각종 전력 확보계획의 허점들이 속속 드러났고,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신형 전략·전술무기를 대거 과시했다.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 즉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과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 안보환경 조성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충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임기 내 시한에 목매는 한국을 미국은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다.

열흘 남짓 남은 미국 대선은 우리 안보와 대외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를 우리의 정치 일정에 맞추려 조바심쳐서도, 미국의 정치 변동을 얼김에 기회로 삼으려 해서도 안 된다. 우리 정부의 일정표에는 이미 구멍이 숭숭 뚫렸다. 재설계할 수밖에 없다.
#임기#전작권#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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