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유의 수사지휘권 남용… 권력비리 수사 막으려 檢 독립 허무나

동아일보 입력 2020-10-20 00:00수정 202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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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야당 인사와 현직 검사 상대 로비 의혹을 주장한 것을 계기로 사건이 정쟁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어제 3개월 만에 또다시 라임 사건 등 5개 사건에 대해 한꺼번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궁지에 몰렸던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1호감”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정치공세에 나섰다.

추 장관은 어제 라임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이 수사 지휘를 하지 말고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그 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이 야당 쪽은 적당히 봐주고 여권 쪽만 파헤치는 편파 수사를 했고 그 배후에는 윤 총장이 있으니 손을 떼라는 주장이다. 지난 수개월간 축소 은폐 수사를 사실상 조장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법무부가 오히려 적극 수사를 지시한 윤 총장에게 편파 수사 비난을 가하며 지휘권을 박탈한 셈이다.

극히 예외적으로만 발동되는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식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면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대상자인 서울남부지검 지휘부나 수사팀이 여당이나 청와대 쪽 로비 의혹 수사를 엄정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부실 수사의 책임자로 몰고 간 근거도 약해 보인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인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 “5월에 전임 지검장이 검찰총장 면담 과정에서 보고했고 8월 말쯤에 대검찰청에 관련 내용을 정식 보고했다”고 밝혔다.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은 계좌 추적 등 수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검사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전임 지검장인 송삼현 변호사는 “윤 총장이 보고를 받고 여든 야든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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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인사와 검사 접대 주장의 사실 여부는 여당과 청와대 관련 로비 의혹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여당과 법무부가 윤 총장이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명확히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윤석열 찍어내기’를 통해 여권을 상대로 한 수사를 막고 사건의 본질을 돌리려는 의도의 고의적인 수사방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라임자산운용#김봉헌#윤석열 검찰총장 수사 지휘#추미애 법무부 장관#청와대 관련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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