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옵티머스, 전파진흥원 로비’ 진술 확보 3개월 지나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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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로비 의혹]“정재계 인맥 정영제가 로비 벌여”
김재현 등 7월 투자유치 과정 진술
전파진흥원 본부장, 금전거래 부인
檢, 로비스트 지목 신씨 사무실 포함 중앙지검 국감 사흘전 압수수색


검찰이 인천 남동구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서울 강남구의 강남N타워 등을 16일 각각 압수수색한 것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로비 의혹 수사가 이제야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13일 검찰 조사를 받은 금융감독원 윤모 전 국장(61)과 16일 첫 강제수사를 받게 된 전파진흥원 등과 관련한 의혹은 이미 올 7월경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단서를 확보한 것이다. 전담 수사팀 규모를 18명으로 늘린 직후 늑장 및 부실 수사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수사 강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옵티머스발(發) 사정(司正) 한파’가 당분간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올 7월 진술 확보… 국감 사흘 전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가 16일 압수수색한 전파진흥원 경인본부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전파진흥원이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748억 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하겠다고 결재한 최모 당시 기금운용본부장(현 경인본부장)이 근무해온 곳이다. 함께 압수수색을 받은 대신증권은 전파진흥원이 2017년 670억 원의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금융상품 투자 기관을 물색하던 중 판매사로 지정된 곳이다.

앞서 옵티머스 의혹 사건을 처음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올 7월 초 구속한 윤모 변호사(43)와 김재현 대표(50) 등에게서 옵티머스의 전파진흥원 자금 유치 과정을 둘러싼 전말을 상당 부분 규명했었다. 검찰은 “정재계에 여러 인맥을 보유한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57·수배 중)가 전파진흥원에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전파진흥원 관련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접대를 받은 단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내가 계약한 여행에 정 전 대표가 따라오겠다고 한 것으로 경비도 각자 결제했다. 금전 거래 사실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에 총 1060억 원을 투자한 전파진흥원 외에도 한국농어촌공사(30억 원), 한국마사회(20억 원), 한국건설관리공사(20억), 한국전력공사(10억) 등 공공기관도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 매출을 대거 유치한 과정을 검찰이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티머스 로비스트’들이 여권 인사를 통해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공공기관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위, 검찰 항의 방문 권성동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위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특위, 검찰 항의 방문 권성동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게이트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위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서울고검 산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19일)를 불과 사흘 앞둔 16일 전파진흥원을 뒤늦게 수색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건 핵심 관계자와 피해자들은 “옵티머스 사태 주범 관련자를 검찰이 구속 기소한 뒤인 올 8월부터 로비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면 전파진흥원에 더해 NH투자증권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났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 전 대표가 전파진흥원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위해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에게도 접촉했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하고도 검찰은 수사를 더 확대하지 않고 있다. 정 전 대표와 정 대표는 모두 옛 대우그룹 출신이다. 일각에선 올 2월 연임에 성공한 정 대표와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감사위원-판사와 친분 드러난 ‘로비스트’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강남N타워도 주목할 만한 곳이다. 이곳엔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유입된 이피플러스의 법인 주소지가 있던 곳이다. 이피플러스는 수감 중인 윤 변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옵티머스 측 핵심 로비스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 씨(56)의 사무실도 최근까지 여기에 있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신 씨의 인맥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신 씨는 최근 검찰 수사관 출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인사 A 씨와의 친분이 불거진 데 이어 자신의 친형과 함께 현 감사원 감사위원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부장판사와의 친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옵티머스 사태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검찰의 주요한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 씨 등은 “신 씨에 대한 여러 정보가 상당히 과장돼 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유원모 기자
#옵티머스 로비 의혹#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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