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수술 통합 ‘하이브리드 수술’로 치료효과 극대화

김상훈 기자 입력 2020-10-17 03:00수정 2020-10-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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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메디컬센터]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장과 뇌 질환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대학병원 속 전문병원이다. 신용삼 심뇌혈관병원장은 중복 진료가 없어져 최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얼마 전 40대 중반의 남성 A 씨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을 찾았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장과 뇌 관련 질환을 아우르는 ‘대학병원 속 전문병원’이다. A 씨의 병명은 뇌혈관 기형. 뇌동정맥 기형이라고도 하는데, 뇌의 동맥과 정맥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병이다. 보통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친 뒤 정맥으로 혈액이 흐른다. 하지만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동맥에서 정맥으로 바로 혈액이 흐른다. 그 결과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터질 수 있고, 혈액이 덜 공급된 부위는 뇌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의료진은 혈관을 막는 방식의 시술인 ‘혈관색전술’을 시행했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시술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 의료진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고, 뇌 안에 출혈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수술 체제로 전환했다. 머리를 열고 혈관 파열을 잡았고, 이어 뇌혈관 기형 문제를 해결했다. 자칫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술에서 수술로 신속하게 전환했기에 환자는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술은 혈관에 스텐트 장비를 삽입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수술은 가슴이나 머리를 직접 열고 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시술실과 수술실은 분리돼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에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수술실이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수술실’이다.

○ 시술과 수술을 통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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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이 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5년 가동했다. 기존 수술실보다 2, 3배 넓다. 시술과 수술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수술실 한 곳을 만드는 데 50여억 원이 투입됐다. 이 정도 예산이라면 기존 수술실 2, 3개를 만들 수 있다.

환자의 진료와 시술, 수술에는 내과와 외과 교수는 물론이고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모두 참여한다. 이 교수들이 협진을 통해 시술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난도가 높은 시술을 하다가 필요할 경우 즉각 수술로 전환한다.

시술과 수술을 굳이 통합한 이런 수술실이 꼭 필요한 걸까.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56·신경외과 교수)은 “복잡한 시술을 하던 중 응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수술로 전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없다면 시술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급히 다른 수술실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시술과 수술을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도 있다. 가령 수술하기 위해 뇌를 열면 혈액이 너무 흘러 처치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수술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10시간 넘게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먼저 혈관을 막는 시술을 하고 머리를 열면 수술이 훨씬 수월해진다.

○ 시술이냐 수술이냐, 토론 거쳐 결정


심장 질환의 경우 시술이 좋은가, 수술이 좋은가는 오랜 논란거리다. 한때는 이 문제를 놓고 내과와 외과 사이에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실 아직도 대학병원에서조차 이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에서는 이런 갈등이 없다. 갈등 자체를 없애기 위해 ‘심장 드림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에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교수들이 참여한다. 10여 명의 교수는 매주 1회 회의를 한다.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이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뇌동맥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교수들은 환자 사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내과와 외과적 치료법을 모두 꺼내놓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토론이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상황도 예측한다. 토론은 치열하다. 때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치료법을 결정한다. 진료과에 상관없이 교수들은 모두 이 결정에 따른다. 신 병원장은 “시술과 수술의 통합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진료의 품질과 병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교수들이 모두 노력해줬기에 통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 심장과 뇌 진료 한꺼번에


지난해 11월 52세의 여성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몸의 왼쪽이 마비됐고 말도 어눌했다. 중대뇌동맥 경색이란 진단이 나왔다. 신경계 중환자실로 급히 옮겨 집중 관찰한 결과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세동도 확인됐다. 즉시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투입됐다. 뇌혈관과 부정맥 치료를 동시에 한 것.

이처럼 심장과 뇌는 떼어놓을 수 없다. 심장이 상하면 뇌도 상하고, 뇌가 다치면 심장에도 문제가 생긴다. 뇌사자의 경우 심장이 손상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우리 몸의 혈관은 모두 연결돼 있다. 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위의 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가 뇌중풍(뇌졸중)이 생길 위험은 건강한 사람이 뇌중풍에 걸릴 확률보다 5배 정도 높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뇌중풍에 걸리면 심장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점 때문에 심뇌혈관병원은 부정맥과 뇌 진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른바 ‘뇌-부정맥 통합 진료’다. 매주 1회, 매달 3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환자는 신경과와 순환기내과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환자 1명을 의사 2명이 동시에 진료를 하는 것. 20∼30분 동안 환자와 교수들이 충분히 소통한 후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다.

○ 통합 진료, 중복 진료 없애


서울성모병원은 다른 대학병원보다 일찍 심뇌혈관 질환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2014년 심뇌혈관센터를 열었다. 실제로 국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사망률도 높다. 조기 발견과 최적의 진료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센터를 더 강화한 것이 지금의 심뇌혈관병원이다. 지난해 6월 서울성모병원 내 전문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통합 진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신 병원장은 “무엇보다 중복 진료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과 뇌 관련 질환을 따로따로 치료할 경우 비슷한 약을 중복해서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할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심장과 뇌 진료의 경험이 각각 다른 교수들이 한자리에서 토론하고 진료법을 결정함에 따라 치료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또 이런 데이터는 연구용으로도 적합하다. 심뇌혈관병원에는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한다. 응급 환자가 오면 30분 이내에 진단에서 처치까지 끝내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치료를 끝내고 재활하는 환자를 위해 재활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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