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누리꾼-관영언론 ‘BTS 비난’ 속… 美국무부 “BTS 한미관계 노력에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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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테이거스 대변인 트위터에 글 올려 中 맹목적 비난 우회적 겨냥
中언론 “中팬 필요없다” 자극적 제목
일부 현지 누리꾼은 BTS 두둔 글
조슈아 웡 “中 민족주의 고조 우려”

14일(현지 시간) “한미 관계를 위한 BTS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글이 등장한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14일(현지 시간) “한미 관계를 위한 BTS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글이 등장한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6·25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이 겪은 고난만 언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이 방탄소년단(BTS)을 공격하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한미 관계를 위해 노력했다’며 BTS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BTS를 둘러싸고 한중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BTS를 지지하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이다. BTS 비판을 놓고 중국 내 여론도 갈라지는 모양새다.

○ 공개적으로 BTS 지지한 美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BTS 계정을 태그하고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며 “당신들은 밴플리트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BTS의 수상을 축하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트윗도 리트윗했다.

BTS는 7일 미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개인 및 단체에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당시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부 중국 누리꾼과 관영언론 환추시보 등은 ‘6·25전쟁 당시 중국 군인의 희생을 무시하고 중국 존엄을 깎아내렸다’는 생트집을 잡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 미국만 중요하고 중국은 중요하지 않으냐’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부의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BTS가 한미 관계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중국 측의 맹목적인 BTS 비판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홍콩 국가보안법,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을 놓고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중 일각서 자성 목소리도

중국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에 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던 중국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은 모습이다. 환추시보는 14일 오전 웹사이트에 “BTS는 잘못이 없다. 중국 팬은 필요 없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의 BTS 공격에 대한 한국 언론의 비판을 소개하면서 관련 기사에 달린 한국 누리꾼의 댓글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해 중국 누리꾼들을 다시 자극한 것이다. 이 매체는 BTS의 수상 소감을 가장 먼저 공격한 곳이기도 하다. 환추시보는 위 기사의 제목을 오후에는 “한국 매체, 중국 누리꾼 트집”으로 변경해 다소 논조를 낮췄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위챗, 바이두 등 대형 뉴스 포털사이트 등에는 여전히 “BTS가 한국인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나는 중국인이라 화가 난다”,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무시할 수 있나” 등 BTS를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BTS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부터 홍콩의 반중 시위를 주도해온 민주 활동가 조슈아 웡(24)은 14일 트위터에 “BTS 사태는 중국 민족주의의 고조에 대한 우려할 만한 조짐”이라면서 “중국의 선전 당국과 ‘샤오펀훙(小粉紅·민족주의 청년 누리꾼)’이 별일 아닌 일을 선전 캠페인으로 탈바꿈시키고 근거 없는 분노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합리적인 중국 누리꾼 역시 웨이보에 ‘조국을 뛰어넘는 아이돌은 없다’며 BTS를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bts#중국#미국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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