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과 함께’서 원작 주인공 만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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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영화 ‘신과 함께’ 제작사 원동연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지난달 29일 그가 제작한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 죄와 벌’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그는 “1000만 영화 한 편 더 만들고, 돈을 좀 더 버는 것에는 이제 흥미가 없다. 인기와 재미가 검증된 이야기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지난달 29일 그가 제작한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 죄와 벌’ 포스터를 들어 보였다. 그는 “1000만 영화 한 편 더 만들고, 돈을 좀 더 버는 것에는 이제 흥미가 없다. 인기와 재미가 검증된 이야기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을 나와 건물 곳곳에 붙은 영화 제작사 간판들을 10분 정도 지나쳐 걸으면 ‘리얼라이즈픽쳐스’가 나타난다. 이곳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56)가 유년 시절부터 대학생 때까지 살던 주택이다. 삐걱 소리가 나는 나무 계단을 빙 돌아 오르면 2층에 사무실이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관객 1232만 명), ‘신과 함께: 죄와 벌’(1441만 명), ‘신과 함께: 인과 연’(1227만 명)이 모두 여기에서 탄생했다.

“충무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영화인을 꿈꾼 적은 없었다”는 그의 말과 달리 지난달 28일 찾은 회사 회의실은 수백 개의 DVD와 영화 서적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신과 함께’ 캐릭터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신과 함께’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영화에서 주인공 ‘진기한’을 없앴다고 원작 팬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욕은 다 들었어요. 드라마에선 진기한이 서사의 중심이 돼요. 진기한이 강림, 삼차사와 힘을 합쳐 원작에 없는 악당인 설화 속 인물을 무찌릅니다.”

드라마에 더해 영화 3, 4편으로도 제작되는 ‘신과 함께 유니버스’는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작품이 주는 위로의 정서가 인기를 끌겠다고 판단한 그는 웹툰을 읽은 다음 날 주호민 작가를 찾아가 영화화를 제안했다. 편당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 두 편을 동시 제작하는, 한국 영화 역사상 유례가 없던 아이디어도 “망한 1편의 후속작을 갖고 있는 건 재앙”이라는 투자배급사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추진했다.

“1, 2편의 배경이 같은데 세트장을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건 비효율적이었어요. 주연배우들을 모으기도 어려웠고요. 동시 제작으로 100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고 봤죠. 제 키가 176cm인데 당시 몸무게가 55kg까지 빠졌어요.”

‘천만 영화 한 편 더’라는 목표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때 후배의 추천으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을 접했다.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가 자신이 읽던 판타지 소설이 현실이 되면서 종말에 놓인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탄탄한 원작 팬층, 국가와 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위로 코드’에서 ‘글로벌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가능성을 읽었다. 원 대표는 지난해 9월 소설을 연재한 플랫폼 ‘문피아’와 판권 계약을 맺었다.

“김독자는 비정규직에 편의점 도시락을 까먹는 ‘언더도그’지만 지구 종말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합니다. 김독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존재 가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원 대표는 전독시로 영화 5편, 드라마 시즌 5회, 수백 회 분량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준비 중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프랜차이즈 콘텐츠’를 만들려는 시도다.

“한국의 천만 관객 영화가 19편인데 시리즈는 ‘신과 함께’ 하나예요. 영화의 일회성 흥행으로 끝나는 건 엄청난 낭비죠. 웹툰, 웹소설 시장에서 검증받은 이야기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만들면 문화 산업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어요.”

그는 일관되게 반전이 있다. 개그맨 지망생이었을 정도로 친화력이 있지만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 좋아 소셜미디어 아이디에 부끄러움을 뜻하는 ‘shy’가 들어간다. “내일 영화를 그만둬도 상관없다”면서도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산다.

“신과 함께를 만들 때 메일을 받았어요. ‘신과 함께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1%라도 착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위로를 통해 대중의 관심에 보답해야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어요. 2시간 만이라도 지난한 하루는 잊고 영화를 보며 마음껏 웃고 우셨으면 좋겠습니다.”

○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제네시스픽쳐스 설립, ‘사이렌’ ‘마지막 늑대’ 제작
△2006년 리얼라이즈픽쳐스 설립, ‘미녀는 괴로워’ 제작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제작
△2017∼2018년 ‘신과 함께: 죄와 벌’ ‘신과함께: 인과 연’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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