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맞서 싸울 총-칼 만들어준 ‘노벨상 수상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생리의학상 수상자 英 랫클리프, 코로나 ‘저산소증’ 비밀 단서 제공
2013년 화학상 수상자 레빗 교수, 바이러스 통계 데이터 기틀 마련

노벨상 수상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해 구설에 오른 수상자도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뤼크 몽타니에 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대 명예교수. 노벨상위원회, 스탠퍼드대,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제공
노벨상 수상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해 구설에 오른 수상자도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뤼크 몽타니에 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대 명예교수. 노벨상위원회, 스탠퍼드대,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제공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등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차례로 발표된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은 눈부신 연구 업적을 통해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공헌해왔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러스의 기본 원리를 규명하고 이에 대항할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토대를 닦아놓았다.

○저산소증 연구로 코로나19 대응한 생리의학상 수상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몇몇 노벨상 수상자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랫클리프 교수는 세포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저산소증의 비밀을 푼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세포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는 역할은 적혈구가 담당하는데, 랫클리프 교수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EPO의 존재를 처음 밝혔다.

랫클리프 교수의 연구는 코로나19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인 ‘침묵의 저산소증(silent hypoxia)’을 규명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체내 산소포화도가 80% 아래로 떨어지면 숨이 가빠진다. 몸속에 산소를 채워 넣으라는 일종의 경고다. 그런데 일부 코로나19 환자는 숨이 차지도 않는데 흉부 X선을 촬영하면 폐렴 증상을 보인다. 자각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기 쉽고,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진다.

랫클리프 교수는 프랜시스크릭임상연구소장을 맡아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을 보이던 3월 런던대병원(UCLH), 안전보건연구원(HSL) 등과 ‘크릭 코로나19 컨소시엄(CCC)’을 꾸렸다. 이를 통해 영국 국민 수만 명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했고,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를 해독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CCC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6월 18일자에도 조명됐다.

랫클리프 교수는 유럽연합(EU) 과학기구인 유럽연구이사회(ERC)와의 인터뷰에서 “저산소증 연구를 할 때만 해도 코로나19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폐렴 증상을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저산소증이 나타나는 이유를 세포 수준에서 찾아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화학상 수상자, 코로나 환자 예측 참여

201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레빗 교수는 단백질과 세포막 등 복잡한 생체 분자 구조를 컴퓨터로 모델링하는 분석 방법을 개발해 화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구조생물학자다.

그는 자신의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1월부터 전 세계 3546개 지역에서 수집한 코로나19 발생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2월 레빗 교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8만 명이 발생하고 이 중 약 325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9월 28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확진자 8만5732명, 사망자 4634명이 발생했다. 레빗 교수의 예상이 거의 적중한 것이다.

다만 레빗 교수는 6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org)에 코로나19가 7월이면 유행이 거의 멈춰 팬데믹이 끝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잘못된 예측을 인정했다.

○확인 안 된 내용 언급해 구설수 오르기도

노벨상의 권위가 독이 된 수상자들도 있다.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발견해 2008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2000년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연구소에서 에이즈 백신을 만들면서 HIV의 DNA를 잘못 조작해 나왔을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또 여기에 인도 과학자들도 연루된 것 같다고 인터뷰해 논란을 일으켰다.

인체가 가진 면역세포를 도와 암을 치료하는 면역관문억제제 개발로 2018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의대 명예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생물학 무기를 제조하다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로이터통신 등은 그의 언급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코로나19#노벨상#수상자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