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슬픔이 만물 향해 번져… 영랑시문학상에 박라연 시인

김재희 기자 입력 2020-09-03 03:00수정 202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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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과 최종 접전 벌여
내달 강진 기념관서 시상식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박라연 시인(69·사진)의 시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인 시인 오탁번 김기택, 평론가 김주연은 지난달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박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박 시인의 시에서 괴로움이나 슬픔이 개인 차원을 넘어 만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사위원들은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자아에 갇히지 않고 무한한 바깥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만 가지 밥 생각’이 ‘오만 가지 꽃으로’ 피어나 ‘황하 코스모스 천지와 호랑나비 천지의 아름다운 농사’가 되는 상상력은 일상의 걱정거리나 괴로움이 사물로 변화하며 자연적, 우주적 에너지를 품어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본심에서는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와 박 시인의 작품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심사위원들은 “곽재구 시집은 순수하고 건강한 어린이의 목소리, 낙천적인 명랑성이 있어 기교 없이도 서정적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넓고 넓은 우주라도 더 간절한 쪽부터 마음을 배달해주려는 참 눈치 빠른 목소리가 정말로 있는 것 같다. 수상 소식을 알려주시던 목소리가 그랬다”며 “죽음으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다른 느낌의 시간을 살게 될 것 같다. 수상이 제게 안겨준 좋은 기운으로 더 활발히 시를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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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 출신인 박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수원대와 원광대에서 각각 국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돼 등단했다. 올해가 등단 30년이다.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생밤 까주는 사람’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 3000만 원.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제17회 영랑시문학상#박라연 시인#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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