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에서 주류음악으로… 지금 빌보드는 K팝 격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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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한국가수 첫 빌보드 싱글 1위]
기예 가까운 군무-화려한 리듬, 응원 문화도 美젊은이 사로잡아
최근 3년간 BTS 앨범차트 1위 4번… 몬스타엑스-NCT127은 5위
싱글차트선 BTS 12차례 100위권, 블랙핑크도 33위에 올라 기염

미국 빌보드 차트는 1936년 ‘히트 퍼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오랜 세월 동안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와 앨범을 보여주는 척도였다. 2009년 원더걸스의 ‘Nobody’가 싱글차트에 76위로 진입했을 때 우리 언론이 이를 쾌거로 다룬 이유다.

최근 3년새 빌보드는 빠른 속도로 K팝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한국 가수의 빌보드 메인차트 1위도 이미 처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앨범차트에서 네 차례나 1위를 했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남성그룹 ‘슈퍼엠’도 앨범차트 1위를 했다. 그룹 ‘몬스타엑스’와 ‘NCT127’은 5위까지 올랐다.

한때 난공불락으로 불린 싱글차트에서도 K팝 그룹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방탄소년단은 무려 12차례나 100위권(그중 4번이 10위권)에 진입했고 블랙핑크도 ‘How You Like That’을 33위에 올렸다.

○ 대안에서 주류를 향해, 서브컬처의 반격

K팝의 미국 주류 문화 공략은 현지 인기의 실질적 급증으로 이뤄졌다. 1990년대 스파이스걸스,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스 등이 군웅할거 하던 ‘댄스 그룹’ 시장은 21세기 들어 시들해졌다. 열성적 팬덤을 이끌던 영국의 ‘원 디렉션’마저 2016년 해체한 뒤 ‘그들’의 눈에 K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렬한 화장, 기예에 가까운 난도의 군무, 밝은 패션과 친절한 태도는 2010년대부터 서브컬처로서 먼저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레거시 미디어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매일 실시간 중계한 방탄소년단은 특히나 준수한 음악과 시각 연출까지 선보이며 아메리칸 팝의 강력한 안티테제로 성장했다.

빌보드 차트 자체에 불어온 인종적·장르적 다변화의 바람도 한몫했다. 2017년 스페인어 위주의 곡 ‘Despacito’가 대히트를 기록하고 라틴팝과 레게톤(Reggaeton) 장르 열풍이 빌보드에 들이닥쳤다. 2013년부터 유튜브 조회수를 순위에 반영한 이후 ‘아메리칸 톱40’ 성향의 미국 라디오 친화적 노래만이 능사가 아니게 됐다. 춤과 영상, 밈(meme)이 중요해졌다.

○ 성취 지향적 팬덤 확산, 빌보드의 위상 하락

K팝 특유의 성취 지향적 팬덤 문화도 세 확산에 일조했다. 멜론 실시간 차트의 부작용으로 거론되던 일부 팬들의 ‘총공(총공격·일종의 어뷰징)’은 최근 미국과 서구의 팬들에게도 확산하는 추세다. 실제로 ‘Dynamite’를 빌보드 정상에 올려놓자는 일부 미국 아미의 트위터 계정이 활동 중이다. 이 계정은 음원 플랫폼의 어뷰징 필터를 피해 1인당 여러 플랫폼에서 최대한의 소비 수치를 빌보드 차트에 반영시키는 방법을 공유한다. 한 계정은 팔로어 수가 140만에 달한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음원과 시상식 온라인 투표에 대한 총공까지도 K팝의 흥미로운 응원문화나 ‘K팝 토털 경험 팩’으로 현지 팬에게 받아들여진 단계”라면서 “아이튠스,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 밀려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빌보드 스스로도 시상식 출연 제의나 관련 기사를 쏟아냄으로써 ‘소셜 슈퍼 파워’를 지닌 K팝을 마치 산소호흡기처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기획사 임원은 “팬들의 어뷰징에 더해 기획사가 직접 광고비 집행을 통해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올리는 편법도 봤다. 빌보드 차트가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미국#빌보드 차트#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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