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독립 없이 검찰 개혁 가능한가[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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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비리 수사 검사들 줄줄이 좌천
권력과 갈등 尹총장 허수아비 신세
검사가 정치인 장관 눈치 살필 우려
이대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 가능할까
총장의 직원 인사는 당연한 권리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근 법무부가 검사장에 이어 지검 차장, 부장 등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결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정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및 수사를 진행해온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된 뒤 사표를 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사건’,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사건’ 등 현 정권과 관련된 수사를 맡고 있던 검사들은 대부분 교체되거나 지방으로 밀려났다.

검사장 인사와 검찰 중간 간부 인사의 특징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현 정권에 가까운 인사는 승진하거나 영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과 현 정권 비리 관련 수사 검사들은 대체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를 볼 때 진정한 검찰 개혁은 정치권으로부터 인사권의 독립이라고 생각된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정치권이나 금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신껏 수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들이 정권이 원하지 않는 수사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는가?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검사들도 승진 등 인사에 민감한 건 마찬가지이다.

현재 검사들의 인사권은 직속상관인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국세청, 조달청 등 정부의 다른 청은 청장에게 인사권이 있다. 인사권이 없는 유일한 기관장이 검찰총장이다. 보기에 막강해 보여도 검찰총장은 조직의 장으로서는 인사권뿐 아니라 예산권도 없는 가장 무력한 기관장이다.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총장에게 인사권까지 주면 정권 차원에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정한 인사에 의견만 표시할 뿐이다.

그동안은 기존 제도가 대체로 무리 없이 작동했다. 대부분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으로 검찰 조직 및 검사들의 경력, 업무 능력 등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부하 검사들에 대한 인사 영향력은 유지되어 통솔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여건이 크게 바뀌어 이제는 검사 인사제도를 바꿀 때가 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었다. 검찰을 견제하는 공수처가 새로 생겼다. 이제 검찰은 과거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아니다. 검찰총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여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검사 인사권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는 정당성이 없어졌다. 행정조직 이론으로 볼 때 검찰청 업무를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자기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검사들의 인적사항이나 업무 능력도 법무부 장관보다 검찰총장이 더 잘 알 것이다.

금번 인사에서 보듯이 검찰총장이 추천하는 인사는 불이익을 받는데 누가 검찰총장의 지시를 따르겠는가? 현재 검찰총장은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지휘권 밖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검찰총장이 정권과 갈등을 빚으면 허수아비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인사권은 검찰총장에게 있어야 한다.

검찰총장은 2년 임기의 공무원으로 정치인은 될 수 없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자리이다. 정치인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이 겸직도 가능하다. 그동안 많은 국회의원들이 장관을 했다. 현재 추미애 장관도 국회의원과 여당 대표를 하였다.

정치권 출신 장관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선거를 의식하면 유권자의 인사, 수사 청탁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보다 더 공정하게 인사를 할 것인가? 금번 인사에서 검사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제부터는 대부분의 검사가 정치인 출신인 장관의 눈치를 살필 것이다. 차제에 청와대의 검사 인사에 대한 개입도 금지되어야 한다.

검사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인사권 독립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검찰 개혁#법무부#검찰 중간 간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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