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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코로나 위기 외면한 정부-의협 힘대결, 모두 패자다

입력 2020-08-27 00:00업데이트 202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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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어제부터 사흘간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맞서 수도권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따르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1년 이하 의사면허 정지 등을 내세운 초강경책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대한 원칙적인 법 집행을 지시했다. 하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감옥은 내가 갈 테니 후배들은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독려하는 등 의사들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코로나19의 전국 확산 위기 속에서 그간 ‘치킨게임’이라 불리며 우려돼 온 정부와 의협의 대립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같은 강(强) 대 강 대립은 국민의 안전과 불안은 안중에 없는 처사다. 병원별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필수 인원은 확보했다지만 이날 빅5 병원의 전공의 90%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어제 하루 주요 대학병원 수술건수는 30∼50% 줄었고, 외래진료 대기시간도 평소보다 최대 3배로 늘어났다.

의협은 정부의 ‘4대 의료정책’(공공의대 신설, 의대 증원, 한방첩약 급여화, 원격진료)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체계를 뜯어고치는 방안을 사전 상의도 없이 발표한 정부의 불통 행정에 대해 불신이 깊다. 설상가상으로 공공의대 입학생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도록 한다는 발상까지 공개되면서 ‘현대판 음서제’ 논란마저 낳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지난 수개월간 의료계가 헌신적으로 전력투구하며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렇게 민감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요령부득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의대 설립 등이 아무리 시급해도 관련 이해단체들과의 대화와 협상, 공청회 등의 절차는 충분히 밟았어야 했다.

의료계도 의대 증원 등에 대해 의사 집단이 국민 건강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더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총을 돌아봐야 한다. 의료계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적극 수용 중인 원격진료를 거부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편익을 외면하고 4차 산업혁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주말 200명 선으로 줄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어제 다시 320명이 됐다. 감염 양상도 식당, 정부청사, 인천공항, 방송국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한 힘대결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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