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 우려[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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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북반부가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에 독감 유행까지 겹칠지 모른다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나온다. 감염증이 한 차례 유행한 뒤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다시 유행하는 2차 대유행과는 또 다른 우려다. 감염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또 다른 감염증이 겹치는 것을 더블 엔데믹(double endemic)이라고 한다.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와 동시에 홍역이 유행한 것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독감과 코로나19는 둘 다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열 두통 기침 인후통 근육통 피로 등 증상이 비슷하다. 쌍둥이처럼 닮았다고 해서 트윈데믹이라고 부른다.

▷쌍둥이처럼 구별이 쉽지 않다는 데에 트윈데믹 대응의 어려움이 있다. 독감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알고 병원을 찾을 수 있고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독감에 걸린 것으로 알고 병원을 찾을 수 있다. 작은 병원은 아예 독감 환자를 받지 않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독감 환자까지 큰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지만 큰 병원 역시 검사를 해보기 전까지 두 환자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겹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감염시키는 대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병원 가기를 꺼리고 있어 방치하면 독감 예방주사 접종률이 예년보다 떨어지고 독감이 더 유행할 수 있다. 반면 병원은 코로나19 대응에 이미 많은 의사 간호사 병상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만 독감이 유행해도 대응력은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 독감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일반인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독감과 코로나19가 겹치면 양쪽의 치사율이 더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일상화돼 감기 환자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난겨울이 끝날 무렵부터 시작된 데다 단순한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바이러스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는 전파된다. 독감은 코로나19보다 치사율은 낮은 대신 전파력은 더 강하다.

▷긴 장마 뒤에 폭염이 막 시작됐지만 닷새 뒤인 23일은 여름이 끝난다는 처서(處暑)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 자리 숫자로 크게 늘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독감 예방 조치만이 트윈데믹을 막을 수 있다. 다른 해는 몰라도 올해만은 대대적인 독감 예방주사 접종이 이뤄지도록 국민과 정부 모두 노력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코로나19#독감 유행#2차 대유행#트윈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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