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심정 더 절실히 알게 돼”… 자기 책 내는 출판사 대표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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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정은숙 대표… 출판사 저자들과 대화 담아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 출간, 지평님-강태형씨도 에세이-소설 내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가 출판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자신이 문학 저자 20명을 만나서 쓴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을 들고 서 있다. 마음산책 제공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가 출판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자신이 문학 저자 20명을 만나서 쓴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을 들고 서 있다. 마음산책 제공
출판사는 책으로 말한다. 내는 책이 늘어나며 정체성이 쌓여 간다. 그럼에도 ‘최고편집자’인 대표가 책을 쓴다는 건 어지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일 터다. 올해 그런 책이 좀 나왔다.

2000년 세운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58)는 10일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을 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만든 420여 종의 문학 예술 인문서 저자 가운데 문학 쪽 20명을 정 대표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모았다. 이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는데 또 한 번의 도약, ‘폴짝’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기 출판사 저자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하는 일은 드물죠. 책을 받아 보고서는 ‘충격이다’라고 반응한 출판사 대표도 계셨어요. 20년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과분하기도 하고, 책 출간을 동의해주고 도와준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지요.”

인터뷰이 가운데 교수인 권혁웅(시인) 이기호(소설가) 신형철(평론가)을 만나서는 안정된 제도권 안에 있으면서도 젊은이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에 ‘편견’이 깨졌고, 지난 20년간 “10년은 독자, 10년은 작가였다”는 소설가 김금희 백수린 손보미의 말에 새삼 시대의 변화를 깨달았다.

1992년에 등단해 90년대 시집을 2권 낸 정 대표는 “책을 만들면서 마음속에 시어(詩語)가 덜그럭거려 420여 편의 시도 썼다”고 했다.

지평님 황소자리 대표의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지평님 황소자리 대표의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자신의 책을 스스로 만들어 보면서 저자의 심정을 더 절실히 알게 됐다는 대표도 있다. 올 초 우연한 기회에 주변의 권유로 에세이집 ‘다행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을 낸 출판사 황소자리 지평님 대표(54)는 “30년 가까이 편집자로서 저자를 바라본 것과 실제 저자가 된 것을 비교해 보니 서로의 간극이 컸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번에 책을 낼 때 표지 디자인이 제 느낌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끝내 아쉬웠죠. ‘모든 저자가 이렇게 속으로 삭였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독자 반응에 대한 ‘민감도’도 달랐다. 예전에는 출간한 책에 대한 인터넷 서평을 볼 때 코웃음을 치기도 했었단다. 하지만 자신의 책에 대해서는 코웃음은커녕 매우 소심해졌다. “오타라도 날까 봐 마음 졸이는 수준을 넘어서 굉장히 떨리더라. 결국 32쪽 분량이 페이지 번호가 뒤바뀌는 제본 사고를 냈다. ‘초짜’처럼 허둥대는 모습에 송구하고 창피하고 그랬다.”

강태형 전 문학동네 대표의 ‘온전한 고독’.
강태형 전 문학동네 대표의 ‘온전한 고독’.
국내 굴지의 단행본 출판사 문학동네를 1993년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강태형 씨(63)도 올 초 자신의 첫 장편소설 ‘온전한 고독’을 펴냈다. 198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한 강 전 대표는 사임한 뒤 ‘길을 떠돌면서 이야기를 찾고’ 있다. 당시 그는 주위에 “견딜 수 없이 쓰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출판사#마음산책#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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