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족이 모여 삼시세끼… 아름답다고? 엄마는 어쩌라고

전채은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0-08-08 03:00수정 2020-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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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달고나 커피를 검색 상위에 오르게 한 코로나
“어머니가 늘 ‘파김치’가 돼 잠드셨어요. 온 가족이 계속 집에 붙어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개강한 뒤 집에서 1학기를 보낸 대학생 박채연(가명·21) 씨. 그는 6개월 내내 ‘주말 같은 매일’을 보내는 어머니가 참 안쓰러웠다. 회사원 아버지는 재택근무, 고등학생인 남동생도 온라인 개학을 하며 박 씨 가족 모두가 집에서 생활한 것이다. 가족이 나름대로 돕는다고 도왔지만 살림을 꾸리는 어머니는 갈수록 녹초가 되는 날이 늘었다. 어머니는 “사람 3명 늘었는데 집안일은 5배 이상 많아졌다”며 푸념했단다.

빅데이터 분석기관 ‘생활변화관측소’가 2020년 1∼6월 ‘의미가 가장 많이 변화한 키워드’를 집계한 결과 상위권에 ‘파김치’란 단어가 등장했다. 물론 파김치는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원래도 몸이 지친 상태를 뜻해 의미가 바뀌었다고 보긴 힘들다. 연구팀은 “관련 키워드가 확 바뀐 경우”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에서 파김치는 1, 2월까지만 해도 연관어가 ‘맛집’ 등 음식과 이어지는 게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거세진 3월부터 파김치는 부쩍 ‘엄마’ ‘코로나’란 단어와 함께 언급됐다. 집에 머무는 가족이 늘며 가사가 크게 늘어난 주부들과 “파김치가 되다”란 관용적 표현이 연결되고 있단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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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빅데이터에서 또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 단어도 있다. ‘달고나’다. 원래 달고나는 길거리에서 포도당 덩어리에 소다를 넣어 만들어 팔던 불량식품의 대명사다. 최근 여기서 착안해 커피가루와 설탕, 우유 등을 배합해 만든 달달한 커피를 옛 달고나와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달고나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달고나 커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3월 이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뒤 빅데이터에서 달고나의 언급량은 평소보다 500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바로 달고나 커피는 “4000번을 저어야 겨우 한 잔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든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이들이 오히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효율 커피 만들기에 빠져든 것이다.

실은 힘들어했던 박 씨의 어머니를 도와줬던 것도 달고나였다고 한다. 우연히 소셜미디어에서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을 본 그는 평소 커피를 즐기는 어머니를 위해 달고나 커피 만들기 세트를 주문했다. 저녁마다 가족이 모여 거품기를 저어대며 집 안에선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중요하다’와 이어지는 ‘○○력’이란 키워드 언급 순위를 살펴보면 2017∼2019년 5, 6위에 불과하던 ‘면역력’이 2020년 그간 부동의 1, 2위였던 ‘능력’ ‘실력’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집’과 연관된 감정 중에는 코로나19 이전 35위였던 ‘답답하다’가 코로나19가 도래하며 1위로 급등했다. ‘온라인’과 결합되는 단어의 순위도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판매’ ‘게임’ ‘쇼핑몰’ 등이 주로 이어졌던 것에 비해 2월 이후엔 ‘개학’ ‘수업’ ‘예배’ 등이 많이 언급됐다.

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기자
#코로나19#빅데이터#파김치#엄마#집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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