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달식 불통행정 對 명분약한 의사파업… 볼모 잡힌 국민건강

동아일보 입력 2020-08-08 00:00수정 202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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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에 반발해 어제 하루 전국 전공의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대학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1만60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사전에 연가(年暇)를 내고 휴진했고 지역별 병원별로는 90% 이상이 참여한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일부는 헛걸음을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14일에는 전국 개업의들을 중심으로 한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이 예고돼 있어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내놓은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는 방안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인력 과잉을 초래하고 의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서울은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의사가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5명)에 근접했지만 경북(1.38명), 충남(1.5명) 등 지역으로 가면 의료인력의 격차가 심각하다. 진료 과목별로도 의사가 태부족한 분야가 많다. 더구나 코로나 보건 위기 상황에서 집단행동은 시기적으로도 명분을 얻기 어렵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다만 의사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안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나 전문가와의 충분한 협의와 준비 과정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발표됐다. 의료계에서 터져 나온 “공청회 한 번 없이…”라는 불만이 상황을 대변해준다. 파업을 한다니까 그제야 “대화하자”며 자제를 촉구하는 자세로는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다.

의료전달 체계나 건강보험 체계 등의 과제는 의료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의사단체도 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의료산업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우선순위에 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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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의료계#의사 추가 양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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