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 정복, 인지기능 유전자-신경세포 재생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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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포커스] ㈜디자인셀
치매 치료 유전자 줄기세포 개발
6개국 특허 등록… 내년 임상 착수

김윤배 대표
김윤배 대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누구나 두려워하는 치매 치료제의 개발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블루오션 영역’으로 불릴 만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대를 모았던 국내 M사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1차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얻지 못해 아쉬움을 더한 가운데 동물시험 결과를 사람한테 적용하는 데 있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불리는 노인성 치매는 비정상 아밀로이드 펩타이드의 축적으로 학습능력 및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이 소실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말기에는 삶을 황폐화시키는 대표적인 난치병이다. 치매는 2020년 전 세계 환자수 약 5000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관리 비용만도 연간 970조 원 이상 소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에 환자수가 1억5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치매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 치매 임상시험, 왜 계속 실패하는가


많은 연구자들이 치매의 원인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독성 아밀로이드 제거 항체와 아밀로이드 분해 효소를 분비하는 줄기세포를 연구해 왔다. 하지만 단기간의 동물실험에서는 신경세포의 기능만 저하된 상태여서 원인물질 제거만으로 학습·기억력이 회복되는 반면 증상이 나타나는 데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인체의 경우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인지기능 담당 콜린성 신경계가 상당 부분 소실돼 원인물질 제거 외에 신경세포 재생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기업들이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 개발에 수조 원씩을 투입하고도 대부분 임상 2∼3상 시험에서 실패했다.

마우스에서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소아교세포가 치매 악화의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 소아교세포는 염증 유발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오히려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와 신경 영양인자를 분비해 뇌를 보호하고 치매를 예방한다. 실제로 얼마 전 세계적으로 역량 있는 대학과 글로벌 기업에서 항염증약이 치매 치료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우리의 뇌는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분업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콜린성 신경계가,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도파민 신경계가, 소아뇌성마비는 신경섬유의 피복인 수초가 손상 받아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런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줄기세포도 질병에 맞는 기능성 유전자를 가져야 한다.

○ 인지기능 유전자 탑재 신경줄기세포 효능 검증


㈜디자인셀의 김윤배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충북대 등을 거치면서 30여 년간의 뇌 손상 및 뇌질환 연구경험을 토대로 2008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병원에서 신경줄기세포를 확립하고 치매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신경줄기세포에 인지기능 유전자, 도파민 유전자, 세포 보호·재생 유전자, 종양사멸 유전자를 차례로 탑재해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종양 발생 동물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셀 연구원들이 개발한 치매 줄기세포는 아밀로이드 분해효소인 네프릴라이신을 활성화해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아밀로이드 생성효소인 베타-시크리테이즈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추가적인 아밀로이드 생성을 차단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억제해 염증 반응을 차단한다. 특히 기능성 유전자 ‘ChAT’를 발현해 인지기능을 탁월하게 회복시킴은 물론이고 다량의 성장인자와 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해 뇌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 수의과대학에서 출발한 ㈜디자인셀은 개발한 줄기세포를 각종 동물모델에 적용하여 유전자 탑재 줄기세포의 복합효능을 증명할 수 있었다. 즉, 인지기능 유전자 탑재 줄기세포를 해마손상 모델, 콜린성신경손상 모델, 아미그달라손성 모델, 형질전환 모델, 뇌졸중(혈관성 치매) 모델, 초고령노화 모델 등 6가지 모든 원인의 인지기능 결핍 동물에 적용해 온전한 학습 및 기억력 회복 효능을 확인함으로써 각종 원인의 인간 인지기능 장애와 치매 극복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자인셀 김 대표는 “치매 치료용 유전자 탑재 줄기세포에 대한 선진 6개국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비임상 안전성 시험을 마치고 내년 임상시험 착수를 위해 준비 중”이라며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비즈포커스#디자인셀#치매#알츠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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