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반도’서 좀비몰던 그 노래, 트로트 ‘사랑도둑’ 부른 강소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7월 30일 06시 57분


트로트 가수 강소리. 사진제공|윈원엔터테인먼트
트로트 가수 강소리. 사진제공|윈원엔터테인먼트
좀비로 뒤덮인 꽉 막힌 지하차도에 흥겨운 트로트가 울려 퍼진다.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이 노래를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영화 ‘반도’에 삽입된 가수 강소리(35)의 트로트 곡 ‘사랑도둑’이다. 좀비를 움직이게 하는 ‘좀비 유인곡’으로 불리면서 노래도, 이를 부른 가수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29일 서울 충정로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강소리는 “‘사랑도둑’은 2012년 발표한 데뷔 곡”이라며 “지금껏 7개 버전이 나왔는데 ‘반도’에는 2016년 출시한 고속도로 트로트 메들리 버전이 쓰였다”고 했다. 자신의 노래를, 그것도 굳이 고속도로 버전을 택한 ‘반도’ 연상호 감독의 아이디어에 그 역시 깜짝 놀랐다.

‘반도’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영화와 얽힌 크고 작은 이슈도 주목받고 있다. 강소리도 그 주인공이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를 유일하게 사로잡은 노래의 진짜 주인이기 때문이다.

강소리는 “‘사랑도둑’을 꼭 그 장면에 넣고 싶다는 제작진의 연락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며 “개봉날 극장서 영화를 보는데 ‘사랑도둑’이 언제 나오나, 숨죽여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은 최고였다”고 웃었다.

강소리는 내친김에 ‘사랑도둑’ EDM 버전을 새롭게 발표하고 여름 가요계를 공략한다. ‘반도’ 덕분인지, 흥겹고 구성진 노래 본연의 힘인지 ‘사랑도둑’이 첫 선을 보인 25일 MBC ‘쇼! 음악중심’ 출연 직후 강소리는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올라 대중의 관심을 증명했다. 멜론 등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진입까지 이뤄내면서 뜨거운 여름 가요시장에서 트로트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름에 많은 가수들이 나왔지만 트로트 장르의 효과를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실검’까지 오르다니! ‘무슨 일 있느냐’고 연락하는 분들이 엄청나더라고요. 유명한 사람들이 전화기를 꺼 놓는 이유를 아주 잠깐 이해했다니까요. 하하!”

강소리는 2011년 3인조 힙합그룹 메인보컬로 데뷔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듬해 트로트로 전향했다. 지금까지 4장의 싱글을 발표하고 트로트에 매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잠시 주춤하지만, 이전까지 8년간 휴식기 없이 지방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종횡무진했다. 지금은 ‘대세 장르’가 된 트로트 열풍이 일어나기까지 그 초석을 묵묵히 다진 가수인 셈이다.

“대학에서 뮤지컬 음악을 전공하고, 협동 공연도 많이 경험했지만 트로트는 음악에서 가장 어려운 장르같다”는 강소리는 “무대 경험만으로 발전할 수 없고, 트로트만의 감정 표현이 필요해 더욱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지금껏 트로트만 보며 착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그는 “‘정도’를 걸으면서 대중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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