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려니 더워” 해리스 콧수염 잘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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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부임때부터 트레이드마크… 트위터에 면도하는 영상 공개
면도뒤엔 “이게 누구냐” 너스레도

25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개한 해리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 면도 전후 모습. 그는 “(코로나 시대) 마스크와 수염을 동시에 감당하기엔 불편하다”며 면도 이유를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영상 캡처
25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개한 해리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 면도 전후 모습. 그는 “(코로나 시대) 마스크와 수염을 동시에 감당하기엔 불편하다”며 면도 이유를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영상 캡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을 잘랐다. 25일 해리스 대사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콧수염을 기르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기엔 서울의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하다”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서울시내 이발소에서 수염을 자르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렸다.

공개한 영상에서 해리스 대사는 수염을 다 자른 뒤 “(수염이 없는) 이런 얼굴을 본 지가 정말 오래됐다. 이게 누구냐”라고 하면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겠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면도 후에는 성조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발사와 팔꿈치로 인사를 나눴다. 방명록으로 쓰이는 이발소 한쪽 벽면엔 “감사합니다! 인생 최고의 면도였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발소 주인은 붓으로 면도 크림을 바르고 뜨거운 타월을 얼굴에 놓은 다음 이발소용 면도날로 해리스 대사의 수염을 깎았다. 미국대사관은 영상에서 이 이발소가 ‘34년 전통’이고 주인이 “50년 경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더운 여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면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의 콧수염을 둘러싸고 각종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해리스 대사는 한국에 오기 전엔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제독) 시절에는 늘 말끔한 얼굴에 정복이나 군복 등을 입고 다녔다. 하지만 2018년 부임과 함께 수염을 기르고 활동에 나섰다. 그러자 일각에서 그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콧수염을 한 해리스 대사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 그가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힐 때마다 콧수염도 덩달아 공격 대상이 됐다. 일부 시위 단체는 지난해 말 그의 콧수염을 뽑는 공개 퍼포먼스를 벌이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대사는 올해 초 외신 간담회에서 “(수염을 기른 것은) 군인생활을 정리하면서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안중근과 안창호 등 한국의 독립운동가들도 수염을 길렀지 않았나. (조선총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은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일부 외신은 일부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적 시각으로 해리스 대사를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수염을 자른 뒤 “훨씬 시원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콧수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주한 미국대사#해리스#콧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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