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실시간 톡하며 판매… 비대면 쇼핑 시장 넓히는 ‘라방’[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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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소비 떠오르는 라이브커머스

오프라인 쇼핑의 대안으로 떠오른 라이브커머스의 실제 장면. 라이브커머스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에 떠오르는 실시간 댓글들이 눈에 띈다. 사진은 지난달 현대백화점이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왼쪽 사진). GS25가 5월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에서 유승연 쇼호스트와 함께 ‘끝장각‘ 삼각김밥을 소개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중이었던 2일 라이브커머스에서 티셔츠를 파는 일일 쇼호스트로 변신했다. 현대백화점, GS25,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오프라인 쇼핑의 대안으로 떠오른 라이브커머스의 실제 장면. 라이브커머스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에 떠오르는 실시간 댓글들이 눈에 띈다. 사진은 지난달 현대백화점이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왼쪽 사진). GS25가 5월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에서 유승연 쇼호스트와 함께 ‘끝장각‘ 삼각김밥을 소개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중이었던 2일 라이브커머스에서 티셔츠를 파는 일일 쇼호스트로 변신했다. 현대백화점, GS25,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김은지 산업2부 기자
김은지 산업2부 기자
“삼각김밥 닭갈비 맛을 먼저 먹어 보라고요? 알겠어요.”

올 5월 말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 ‘그립’에서 GS25의 ‘끝짱각’ 삼각김밥이 소개되자 채팅창에서는 시청자의 요구가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방송을 진행한 유승연 쇼호스트는 삼각김밥 먹방을 진행하는 도중 틈틈이 채팅창을 들여다보며 이에 응답했다. 방송은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서울 강남구 GS25 강남프리미엄점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시청자들은 “매장이 어디냐” “좋아 보인다”며 해당 매장에 관심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라이브커머스가 매섭게 성장 중이다. 오프라인 쇼핑의 대안으로 동영상 라이브를 통해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온오프라인 쇼핑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새로운 채널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규제와 책임의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자제품, 호텔 숙박권도 라이브커머스로

라이브커머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모바일 채널이다. ‘라이브 방송’을 줄여 ‘라방’이라고도 불린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영상을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판매자와 소통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이다. 국내에서는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인 그립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와 티몬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가 판매자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언택트 소비가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고가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롯데하이마트부터 삼각김밥을 파는 GS25까지 다양하다. 제조품은 물론 호텔 숙박권과 영화 관람권, 패러글라이딩 이용권 등 각종 서비스 상품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반도’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 채널 잼라이브를 통해 영화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유통·제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제조업체, 인터넷 패션 소호몰, 전통시장도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정부 주도로 진행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서는 전통시장, 소상공인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한 7명의 장관이 호스트로 직접 참여했다.

○ 소비자도 판매자도 ‘윈윈’

소비자 입장에서 라이브커머스의 큰 장점은 일반 TV홈쇼핑 방송과 달리 실시간으로 댓글창을 통해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품에 대해 실시간으로 묻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제품을 더 가까이 보여 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가 가능해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전문 쇼호스트뿐만 아니라 브랜드 관계자나 인플루언서, 개그맨 등 다양한 호스트가 출연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방송이 이뤄지는 배경도 각 잡힌 스튜디오가 아닌 브랜드의 쇼룸, 공장, 시장골목 등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곳들로 다양하다. 5월 초 화훼농장인 ‘하나농장’은 실제 꽃이 재배되는 농장을 배경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판매자가 직접 수확한 카네이션을 보여주자 시청자들은 “한 단에 얼마냐” “색감이 예쁘다”며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였다.

방송 전파를 타기 때문에 표현에 제약이 있는 TV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일반 유튜브 방송처럼 보다 더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그립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개그맨 한명진 씨(36)는 방송에서 때때로 “○○(시청자 닉네임)아, 고마워” “이건 사야 돼” 등 반말로 진행하며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좁힌다.

온라인 쇼핑의 간편함을 유지하면서도 실시간 동영상 라이브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의 다음 단계가 라이브커머스”라는 말이 나온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라이브커머스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가 얼어붙은 요즘 유통업체의 매출에 실제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4월 네이버와 협업해 롯데아울렛 파주점 아디다스 매장의 제품을 판매하는 ‘아디다스 창고 털기’ 방송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예능적 요소와 매장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방송이 대박을 터뜨려 해당 매장은 이날 하루 동안 2억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해 한 시간 동안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 매출의 60∼70%를 한 시간 만에 달성한 셈이다.

라이브커머스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품 이슈 등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는 고객이 자세한 동영상 콘텐츠와 판매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보다 반품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부동산도 라이브커머스로

라이브커머스는 중국에서 먼저 떠오른 시장이다. 2016년 타오바오, 징둥 등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에 왕훙(網紅·중국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커머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최근 수년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떠오르면서 불을 붙였다. 중국 모바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2월 타오바오 라이브 신규 판매자 수는 전월 대비 719% 늘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는 올해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4338억 위안(약 76조 원) 규모에서 올해는 9610억 위안(약 166조 원) 규모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성숙한 중국에서는 화장품, 의류와 같은 저가품뿐 아니라 자동차, 부동산 등 고가 소비재도 활발히 거래된다. 7월 기준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5000명이 넘는다. BMW, 아우디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한 25개 자동차 브랜드가 차량 시승 등을 콘텐츠로 한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두주자인 중국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업황과 발전상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중국처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일단 소비자들이 라이브커머스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을 경험하고 나면, 한국에서도 자동차와 부동산 등 고관여 상품의 거래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립은 전기자동차 판매, 법률 상담 서비스 제공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 최근 들어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집계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최소 10배 이상 뛰어올랐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실제로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이자 시장 선두주자인 그립의 올해 상반기(1∼6월) 거래액은 작년 하반기(7∼12월) 대비 15배 성장했다.

라이브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만큼 규제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TV홈쇼핑과의 규제 불균형이 자주 거론된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과 유사한 형태의 판매채널이지만, 겹겹이 규제에 싸인 TV홈쇼핑에 비해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5년마다 한 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 재승인을 받는 TV홈쇼핑사업자는 중소기업 상품의 편성비율,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보상체계의 마련 등 각종 승인 조건을 지켜야 한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이런 조건에서 자유롭고, TV홈쇼핑과 달리 방송법상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표현도 훨씬 자유롭다.

또 라이브커머스는 사업자 대부분이 판매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면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 공급자와 다퉈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인플루언서 등 영세사업자가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분쟁에 대한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가 간다면 신성장 동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더불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산업2부 기자 eunji@donga.com

#소비자#실시간#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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