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60차례 돈 빼돌려도 감사원-軍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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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웨딩홀 수납 직원, 9년간 8억 횡령사실 뒤늦게 적발
당국 9차례 감사에도 파악 못해 “공공기관 내부통제 부실 드러나”

국방부 전경, 국방부 깃발 © News1
국방부 전경, 국방부 깃발 © News1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한 직원이 9년 동안 8억5000만 원 이상을 횡령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밝혀졌다. 같은 기간 국방부와 감사원은 사업회를 상대로 9차례나 감사를 진행했지만 횡령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사업회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의 수납 계약 담당 직원 A 씨(38)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 씨가 560회에 걸쳐 8억5056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해 올 3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약 9년에 걸친 횡령은 지난해 12월 들통이 났다. 사업회는 다른 팀장급 직원이 웨딩홀 내부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일부 고객에게 더 많은 할인율을 제시하는 등의 부당 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조사 과정에서 계약서 원본과 영수증을 살피던 사업회는 A 씨의 횡령 단서를 확인했다.

강 의원실이 확보한 사업회 자체 조사 자료를 보면 2008년 입사한 공무직(무기계약직) 직원 A 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8년 11개월 동안 웨딩홀 공금에 손을 댔다.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일부 연회 행사가 끝나면 A 씨는 비용을 현금으로 직접 받은 뒤, 계약서와 계산서 등을 없앴다. 관리 감독자에게는 행사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고해 전액을 가로챈 것이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계약서 사본에 명시된 비용을 실제 수납금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위조해 결재를 받아 차액을 빼돌리기도 했다.

A 씨는 2010년에는 1540만 원 정도만 가로챘다.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고, 2018년에는 총 1억3730만 원을 횡령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1억 원 가까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A 씨는 사업회 자체 조사에서 “주말 근무가 많아 이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생각해 돈을 따로 가져갔다. 대부분은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사업회는 그전 자체 감사에서는 A 씨의 횡령 흔적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사업회 임직원들은 A 씨에 대해 “평소 일처리가 깔끔하고 근무태도가 좋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국방부나 감사원 등 정부 상급기관이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와 통제를 얼마나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전쟁기념관 웨딩홀은 군 관계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전쟁기념사업회는 2006년부터 웨딩홀을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사업회는 웨딩홀 등 수익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연평균 100억 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A 씨 사건을 최근 형사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업회와 A 씨의 합의가 이뤄지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업회는 A 씨에게 다음 달 초까지 횡령에 대한 구체적 변제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회 측은 “A 씨 혼자 실무를 챙기며 문제가 생겼다. 문서 전산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전쟁기념관 웨딩홀#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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