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경험은 죽지 않는다[광화문에서/김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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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저것만으로 운동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플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질문을 던졌다. 김 사장이 가리키는 곳을 봤다. ‘홈트(홈 트레이닝)’로 꾸며진 공간이 있었다. 가운데 놓인 대형 TV에는 화면이 두 개 띄워져 있었다. 화면 하나에는 트레이너의 운동 모습이, 그 옆의 작은 화면에는 TV 앞에서 운동하는 자신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좋은 아이디어지만 솔직한 대답은 “글쎄요”였다. 운동 마니아라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이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비싼 회비가 아까워서라거나, 며칠 나타나지 않으면 수시로 독촉해대는 트레이너의 성화라거나, 억지로 가 본 헬스장에서 나보다 날씬한데 더 무거운 바벨로 데드리프트를 하는 여자를 보게 된다거나 하는 동기부여 말이다. 그땐 이글이글 운동 열정이 타오르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홈트가 유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킨다.

김 사장 역시 “현재 기술로는 ‘오프라인 경험’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했다. 트레이너 홀로그램이라도 튀어나와서 자세를 잡아주는 식의 생생한 오프라인 경험을 대체해주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간담회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세상이 ‘언택트(비대면)’로 바뀐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오프라인 경험을 향한 ‘욕망’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여름 휴가철인 지금 강원 양양군, 강릉시, 부산, 제주는 여행객들로 들끓고 있다. 맛있는 요리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것 같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양양군 햄버거 맛집에 2시간 줄을 섰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맛있는 음식이란 ‘맛’뿐 아니라 장소, 분위기,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포함된 감각의 종합 패키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음식을 기다리며 땡볕에 줄 서는 것마저 재미와 성취감을 준다.

패션도 그렇다. 패션이라는 종합 패키지의 중심에는 파리, 밀라노 등에서 열리는 패션위크가 있었다. 코로나19가 닥치자 패션위크에서 열려야 했던 각 브랜드의 패션쇼는 거의 디지털로 대체됐다. 원래도 ‘피지털(피지컬+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은 디지털이 실제 패션쇼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결과는 어떨까?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패션연합회와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는 결국 9월에 실제 패션위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디지털 패션쇼가 오프라인 경험을 대체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열기, 도시의 풍경, 참석자들이 각자의 앵글에서 찍은 영상과 리뷰들이 빠진 디지털 패션쇼에는 ‘환상’을 담을 수 없었다.

경험에 대한 욕망은 여전하다. 언택트가 대세가 되겠지만 오프라인은 완전히 죽지 못한다. 생생한 경험에 굶주린 소비자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까? 코로나19가 던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됐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코로나19#언택트#오프라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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