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vs 印 친미노선’ 국경분쟁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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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국경구분 없는 3488km, 60년간 크고 작은 충돌 불씨로
中, 파키스탄과 연대 강화하자
印, 국경 인프라 확충으로 맞서
최근 유혈충돌… 인도 20명 숨져, 中 “美 믿고 겁없이 행동” 印 비난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이 결국 대규모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15일 인도 북서부 라다크 지방에서 발생한 중국군과 인도군의 충돌로 인도 군인만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중국 측은 사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도 측은 “중국에서도 사상자 43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분쟁 지역 내 실질 통제선(LAC)을 놓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의 갈등이 대형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돌과 주먹으로 싸운 핵보유국들
지난달 5일과 9일 라다크 지역과 시킴주에서 발생한 난투극 이후 중국은 접경에 5000명의 병력과 장갑차를 배치했다. 인도도 3개 보병사단을 전진 배치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15일 밤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벌어진 충돌은 순찰을 돌던 인도 병력이 중국군과 맞닥뜨리면서 시작됐다. 양측 군인 600여 명은 6시간가량 쇠몽둥이와 돌을 던지며 육탄전을 벌였다. 총격전은 없었지만 다툼이 치열한 데다 영하의 고지대에서 중상을 입은 인도군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양측은 보통 총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양국 당국자들은 서로 상대국이 합의 내용을 위반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인도가 오만방자하며 (미국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 겁 없이 행동하는 것이 양국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병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인도는 평화를 원하지만 계속해서 이 지역의 긴장을 높아지게 만든다면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외교와 군사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 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인도 내 반중 정서가 악화되고 있고, 중국도 인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양국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 접경 인프라 확충으로 다시 불붙은 화약고
이번 유혈 충돌을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로 보기 어려운 것은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이 60년 넘게 지속돼 왔고 그만큼 양국 간 감정의 골도 깊기 때문이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이자 핵보유국인 양국은 3488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국경이 획정되지 않아 실질 통제선만 설정해 사용하고 있다.

국경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56년 중국이 티베트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를 연결하기 위해 카슈미르 지역의 아크사이친을 통과하는 도로를 건설하면서다. 아크사이친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으나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지역이다.

분쟁 지역을 둘러싼 잇단 무력 충돌은 결국 1962년 전쟁으로 번졌다. 한 달가량 이어진 전쟁에서 인도군 30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큰 피해를 봤지만 중국 측 사상자는 거의 없었다.

전쟁 이후 LAC가 설정됐지만 정확한 경계선이 없어 갈등은 계속됐다. 1967년에는 또 다른 분쟁 지역인 인도 시킴주에서 양국 군이 충돌해 인도군 88명이 사망했고 중국 측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1975년에는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인도군 4명이 중국군의 매복 공격으로 사망했다. 2017년 중국, 인도, 부탄 국경이 만나는 도클람 지역에서의 73일간의 군사적 대치 이후 국경 분쟁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건설 프로젝트)를 앞세워 파키스탄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영향력 확대에 나서자 인도도 접경 지역 인프라 확충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올해 4월 말부터 인도가 접경 지역에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시작하자 중국은 수천 명의 병력을 인근에 배치하며 경고에 나섰다.

권오혁 hyuk@donga.com·조유라 기자
#중국#인도#국경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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