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설 비웃듯… 부축없이 혼자 걷고 담배도 피운 김정은

신나리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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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20일만에 공개활동 재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잠행을 마치고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조선중앙TV가 내보낸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스텐트 시술과 같은 심장 이상설을 불식시키려는 듯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위 사진).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 내부를 누군가의 부축이나 지팡이 없이 걷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재개는 2일 오전 6시 30분경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20일 만에 잠행을 마치고 김 위원장이 택한 현장은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오전 8시경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 21장에서 김 위원장은 걷고 대화하고 준공식 테이프를 자르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그간 제기된 건강 이상설과는 거리가 있는 정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 김정은, 담배 피우며 건강 이상설 불식 시도

곧이어 이날 오후 3시경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 첫 순서로 김 위원장이 참석한 인비료공장 준공식 소식을 15분 분량의 영상과 함께 내보냈다. 통상 저녁 방송 시간쯤 영상을 공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신속한 공개였다.

영상 속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야외 준공식 행사장에 걸어서 입장했다. 대규모 인파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가 하면 주석단에 앉은 뒤 간부들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준공 테이프를 자른 뒤 손뼉을 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준공식 후 공장을 둘러보면서 시설 계단을 혼자 내려가기도 했다.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이 잠깐 노출되기도 했으나 지팡이는 쓰지 않았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상 체구가 아닌 만큼 체중의 영향으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일 뿐”이라고 했다. 얼굴 살이 더 붙고, 피부가 다소 탄 것으로 볼 때 앞선 잠행 기간에 병석이 아니라 야외활동에 나섰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편집 영상에선 ‘건강 이상설’을 의식한 듯 다분히 의도된 장면들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과 떨어져 혼자 터벅터벅 걸었고 실외에서는 공장 관련 설명을 들으면서, 실내에서는 재떨이를 옆에 두고 담배를 피웠다. ‘혼자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든가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영상을 통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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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있다. 공장 시찰 장면에서 12인승용 녹색 카트가 등장한 것을 두고 ‘2014년 다리 수술 후 40일 만에 김 위원장이 복귀했을 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오래 걷는 게 힘들었을 때도 이용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뇌졸중 카트’라고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 카트를 탔다고 해서 석연치 않다고 하는데 근거 없는 의혹을 일으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 손목 밑에 검은 점이 생긴 것과 관련해 “심장 시술과 관련된 동맥주사 흔적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공개 활동인 지난달 11일 당 정치국회의 당시엔 같은 곳에 그런 흔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심장내과 교수는 “사진상 반점 위치가 손목에서 좀 떨어져 있어 통상적인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 부위는 아니지만 시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술이나 간단한 시술조차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김여정, 김정은 오른쪽에 앉으며 2인자 재확인

이날 행사에선 김 위원장 잠적 기간 미국 워싱턴 조야 등에서 후계설이 불거졌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도 재확인됐다. 김여정은 자신보다 당내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보다도 상석인 김 위원장 오른편에 앉아 백두혈통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또 김 위원장에게 준공식 테이프 커팅용 가위를 전달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뒤에서 의자를 빼주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신병 이상설에 침묵해 오던 북한이 이번 준공식을 통해 복합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는 대로 미국을 압박할 타이밍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약해지는 시점을 공략해 도발 로드맵을 재가동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중국에도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중국 매체들이 한국 언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자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중국 외교부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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