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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언어장애인 대화서비스 보급… “세상과 소통하기 쉬워지겠죠?”

입력 2019-10-03 03:00업데이트 2019-10-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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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박철홍 민트컴퍼니 대표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SK사회적기업가센터에서 민트컴퍼니 설립자 박철홍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민트컴퍼니는 언어 소통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슈퍼마켓을 찾은 지적장애인 A 씨.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점원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평범한 성인의 언어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결제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묻기조차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A 씨는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상징이 담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뒤, 원하는 단어를 누르면 “초콜릿 3개와 물 한 병을 사고 싶어요”와 같은 음성이 나온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이미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림과 상징을 활용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생활이 가능한 마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사회적기업 ‘민트컴퍼니’는 언어 소통이 어려운 사용자를 위한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도구를 개발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확산시키는 회사다. 가상의 사례 속 A 씨처럼 선천적인 지적장애인 뿐만 아니라, 후천적 사고로 뇌의 일부를 다쳤거나 극심한 치매 증세로 언어를 잊은 환자들도 이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이다.


○ 그림을 이용한 ‘보완대체 의사소통’ 서비스

민트컴퍼니 설립자 박철홍 씨(46)를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서울캠퍼스에 있는 SK사회적기업가센터에서 만났다. 20년 동안 삼성SDS에서 재직한 그는 지난해 회사 설립을 위해 퇴직했다. 회사 이름을 ‘민트’라고 한 이유를 묻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건 조금 거창한 목표이고, 민트 같은 역할을 하자는 취지”라며 “불편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청량감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둔 건 2016년이다. 당시 팀문화 혁신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좋은 곳에 쓰자는 취지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기부했다가 엔젤만증후군 환자의 어머니와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엔젤만증후군은 유전자 일부에 돌연변이가 있어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다. 이 질환을 겪는 이들은 일생 동안 말을 거의 할 수 없으며, 성인이 돼서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50단어를 밑돈다. 그 어머니는 “한 번이라도 아이와 제대로 대화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팀을 모집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소통 앱 ‘엔젤톡’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림카드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다. 기존에는 가족들이 일일이 종이 등으로 카드를 만들어 훼손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엔젤톡은 2017년 6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DEA에서 ‘소셜 임팩트 디자인’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 소통 어려운 이들을 지역사회로

사진의 화면 속 그림들은 언어 대신 쓸 수 있는 상징체계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박 씨는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민트컴퍼니를 만들었다. 민트컴퍼니에선 보완대체 의사소통 체계를 바탕으로 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약 4000개의 상징을 제작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아 전하려는 내용의 상징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흘러나온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이 같은 보완대체 의사소통 방식을 상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을이 조성돼 있다. 이른바 ‘AAC 마을’ 1호다. 장애인복지관, 특수학교, 발달심리센터,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민트컴퍼니의 제휴사에서 개발한 상징체계를 활용 중이다. 앞으로 이 상징체계를 센터 인근의 상점 및 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게 박 대표의 비전이다.

현재 민트컴퍼니의 서비스 이용객은 약 300명 수준이다. 아직 창업 9개월 정도라 이용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완대체 의사소통이 필요한 대상자는 34만 명으로 추산된다.

프로그램을 접한 환자 가족 중에는 “언어를 자꾸 써야 늘지, 보조수단에 의지하다 보면 아예 말을 못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대상자가 어린 학생이면 부모는 말하기 훈련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박 씨는 “연구사례들을 보면 보조수단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상호작용이 가능해져 언어발달이 촉진되고 정서적 성장까지 가능해진다”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트컴퍼니의 서비스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언어 소통이 전면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용자들이 매일 한두 시간이라도 소통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삶의 불편함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박 대표는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말로 소통하지 않더라도 세계적 석학이 된 사례도 있지 않으냐”며 “단지 언어가 안 통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을 조금 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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