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원 110만 성매매포털, 후기 쓰면 할인쿠폰… 대포폰도 팔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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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피해 ‘미꾸라지 영업’… 국내 최대 성매매알선 쌍둥이 사이트 폐쇄


‘똑똑똑.’ “경비실에서 왔습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려서요.”

2일 전북 군산시의 한 주택가 가정집. 경비원으로 가장한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40대 남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김○○ 씨죠?” 김모 씨(45)는 직전까지 노트북 2대로 서버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김 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 개설 멤버이기도 한 김 씨는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다. 김 씨가 체포된 이틀 뒤인 4일 두 사이트는 모두 폐쇄됐다. ‘아찔한 달리기’가 30만∼40만 명, ‘밤의 전쟁’은 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사이트였다. 두 사이트에 업소 홍보 광고를 실어온 성매매업소만 5000곳 가까이 된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광고) 혐의로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10월 간모 씨(40·구속), 박모 씨(45)와 함께 국내 최초의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인 ‘아찔한 밤’을 개설했다. 간 씨와 박 씨는 ‘아찔한 밤’ 사이트의 실소유주다. 이들은 1년 뒤인 2014년 10월엔 ‘밤의 전쟁’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다. ‘아찔한 밤’과 ‘밤의 전쟁’ 등 두 사이트는 전국의 성매매업소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이 업소들을 홍보했다.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단속을 피해 가며 사이트 운영을 계속했다. 경찰이 두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면 주소를 바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다. 바뀐 주소는 트위터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렸다. 많게는 32차례나 사이트 주소를 바꿨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이트 운영자들은 경찰의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이나 단속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업소 관계자들에게 알려 단속을 피하게 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이트 운영진의 일부를 붙잡아도 사이트는 곧 되살아났다. 2017년 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아찔한 밤’ 개설자 간 씨를 붙잡았지만 박 씨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이후 ‘아찔한 밤’은 ‘아찔한 달리기’로 이름을 바꿔 다시 운영됐다.

올해 5월 대전지방경찰청이 ‘밤의 전쟁’ 국내 운영책 권모 씨(35) 등 2명을 구속하고 사이트 운영 직원 34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밤의 전쟁’ 사이트는 폐쇄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열었다.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 두 사이트는 성매매 남성 회원들을 군대식 계급으로 분류하면서 관리했다. 성매매 이후 관련 후기를 많이 올리면 계급을 올려줬다. 사이트에 처음 가입한 회원에게는 ‘훈련병’ 계급을 부여했다. 이후 후기를 계속 쌓아 600개 이상을 기록하면 ‘사령관’까지 계급이 올라가는 식이다. 성매매 횟수가 많고 후기를 많이 작성하는 회원은 ‘총사령관’까지 계급을 올려주기도 했다. ‘총사령관’ 계급을 얻은 회원들에게는 또 성매매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이들 사이트 운영자 측은 경찰 단속을 피하는 데 사용하라며 불법 대포폰까지 만들어 업소 측에 판매했다. 또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성매매 관광 상품도 판매해 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 검거를 통해 확보한 서버를 바탕으로 성매매업소와 성매수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이트에 성매매 후기를 올린 아이디 명의자도 추적해 수사할 계획이다.

신승주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후기에 성매매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거나 성매매 업소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준 회원은 불법촬영 혐의와 성매매특별법 위반(광고)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사이트 실소유주 박 씨에 대해서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수사 중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성매매포털#아찔한 달리기#밤의 전쟁#성매매알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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