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원주]‘못생긴 디자인’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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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특허청장
박원주 특허청장
미세먼지에 몸을 사리고 있어도 따스한 봄볕에 자꾸만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이 돌아왔다. 새 운동화 한 켤레를 사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신발이 수상하다. 두툼한 밑창에 울퉁불퉁 투박하고 심지어는 원색이 다양하게 배색되어 요란하기까지 한 신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못생긴 것을 인정하면서 아예 대놓고 ‘어글리 슈즈’란다.

이런 못생긴 운동화들이 최근 디자인 보호를 위해 출원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첫 번째는 ‘못생긴 디자인도 보호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미 유행을 지나온 낯익은 디자인들도 보호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못생긴 디자인도, 낯익은 스타일의 디자인도 보호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보호법은 미감(美感)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감이란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이 결합한 것으로 디자인 자체가 가지는 특징’을 뜻한다. 운동화의 울퉁불퉁한 다소 과한 형상들이 균형감이 없고 사용된 배색이 조화롭지 못하게 느껴지더라도 ‘못생겼다’는 이유로 디자인권으로 보호되지 못할 일은 없다.

유행이 중요한 패션 분야에서는 그 시즌을 표현하는 몇 가지 스타일이 있다. 어글리 슈즈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아빠들을 거쳐 지금의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굽을 연상시키는 쿠션 밑창, 높은 발목, 측면의 반복된 선이 이전에 등록된 디자인의 모티브였을지라도 이것들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은 수백 가지가 될 수 있다. 1980년대 등록된 운동화와 디자인 미감에 차이가 있다면, 같은 디자인 요소들을 이용하고 못생긴 스타일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디자인권으로 등록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운동화 디자인권 출원은 전략적으로 부분 디자인으로 출원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운동화는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디자인으로 이미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하므로 등록받는 것이 쉽지 않다. 부분 디자인 출원은 운동화 밑창 및 옆면의 패턴과 같이 핵심적인 특징 부분에 대해서만 권리 범위의 설정이 가능하므로 디자인을 제대로 보호받고 모방품의 출시를 저지할 수 있다. 2017∼2018년의 전체 운동화 출원 중 43.5%가 부분 디자인 출원이며, 운동화 다출원 기업인 나이키 및 코오롱의 경우 같은 시기 96%를 부분 디자인으로 출원하여 부분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운동화는 스커트나 정장에 신는다 하여도 낯설지 않은 패션의 중심에 있다. 2019년 대표적인 패션 요소가 되고 있는 어글리 슈즈들의 디자인권 등록이 시장에서의 성공을 지원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나도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어글리 슈즈를 맞추어 신고 봄 길을 걸어봐야겠다.

박원주 특허청장
#디자인#미세먼지#어글리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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