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지인의 “겨울 서핑이 더 재미있다”는 말에 무작정 강원도 양양을 향했다. 몇 곳의 서핑스폿을 돌아보는 동안에도 그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한겨울 바다로 뛰어들 정도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왔던 죽도 해변은 당시 잔잔한 파도 위에서 유유자적 하늘거리는 서퍼(surfer)들로 가득하긴 했었다. 외국처럼 거대한 파도는 없었지만 간간이 밀려오는 제법 규모 있는 파도를 그들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양양에 눈이 많이 오고 있어요. 앞이 안 보일 정도에요!”
작년에 취재를 하며 협조를 구했던 양양군 서핑연합회 이승대 회장으로부터 1년 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드론으로 내려다본 겨울 파도는 너무도 멋진 그림이었지만 여름의 그것과는 분간이 안 됐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물속이 얼마나 추운지, 바닷물 섞인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얼굴을 때리는지를 사진 한 장으로는 표현해낼 재간이 없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눈이 쌓이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더랬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강원 양양군 한남면 서프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이 회장은 서퍼들을 대상으로 입수 전 이론수업을 하고 있었다. 겨울서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작년 이맘때 수온이 영상4℃ 정도였는데 올해는 11~12℃ 사이다. 물 속은 작년에 비하면 너무 따뜻하다.”라며 “올해는 파도가 좋으면 주말마다 100여명의 서퍼들이 겨울파도를 타러 죽도해변을 찾는다. 서핑으로 인해 겨울바다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음 띤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서프보드(surfboard)를 들고 눈 덮인 해변을 밟으며 파도치는 바다로 향하는 서퍼의 모습은 충분히 이색적이었다. 누구도 밟으면 안 될 것 같던 20cm 두께의 새하얀 도화지 위에는 결국 두 개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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