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바다 속은 따뜻해요”…눈내린 동해, 서핑하기 좋은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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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지인의 “겨울 서핑이 더 재미있다”는 말에 무작정 강원도 양양을 향했다. 몇 곳의 서핑스폿을 돌아보는 동안에도 그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한겨울 바다로 뛰어들 정도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일 강원 양양 죽도해변에서 서퍼들이 겨울서핑을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100여명의 동호인들로 붐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일 강원 양양 죽도해변에서 서퍼들이 겨울서핑을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100여명의 동호인들로 붐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름이 아니다. 2월, 겨울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름이 아니다. 2월, 겨울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동해의 겨울은 북동풍이 만든 ‘스웰’(큰 파도와 너울)이 들어와 제법 큰 파도가 생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동해의 겨울은 북동풍이 만든 ‘스웰’(큰 파도와 너울)이 들어와 제법 큰 파도가 생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왔던 죽도 해변은 당시 잔잔한 파도 위에서 유유자적 하늘거리는 서퍼(surfer)들로 가득하긴 했었다. 외국처럼 거대한 파도는 없었지만 간간이 밀려오는 제법 규모 있는 파도를 그들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양양에 눈이 많이 오고 있어요. 앞이 안 보일 정도에요!”

서핑을 마친 여성 서퍼들이 눈 덮인 해변을 걸어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핑을 마친 여성 서퍼들이 눈 덮인 해변을 걸어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양군서핑연합회 이승대 회장이 입수 전 강의를 하고 있다. 이론수업을 마치면 지상훈련이 진행 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양군서핑연합회 이승대 회장이 입수 전 강의를 하고 있다. 이론수업을 마치면 지상훈련이 진행 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작년에 취재를 하며 협조를 구했던 양양군 서핑연합회 이승대 회장으로부터 1년 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드론으로 내려다본 겨울 파도는 너무도 멋진 그림이었지만 여름의 그것과는 분간이 안 됐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물속이 얼마나 추운지, 바닷물 섞인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얼굴을 때리는지를 사진 한 장으로는 표현해낼 재간이 없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눈이 쌓이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더랬다.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던 주인을 애완견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던 주인을 애완견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강원 양양군 한남면 서프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이 회장은 서퍼들을 대상으로 입수 전 이론수업을 하고 있었다. 겨울서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작년 이맘때 수온이 영상4℃ 정도였는데 올해는 11~12℃ 사이다. 물 속은 작년에 비하면 너무 따뜻하다.”라며 “올해는 파도가 좋으면 주말마다 100여명의 서퍼들이 겨울파도를 타러 죽도해변을 찾는다. 서핑으로 인해 겨울바다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음 띤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눈길을 걸어 바다로 향하는 서퍼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눈길을 걸어 바다로 향하는 서퍼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바다에 나가야 설경과 파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바다에 나가야 설경과 파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베테랑 서퍼는 겨울 파도를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베테랑 서퍼는 겨울 파도를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름이 아닙니다. 겨울입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름이 아닙니다. 겨울입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윈터서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윈터서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눈과 모래를 지나면 서퍼는 파도를 만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눈과 모래를 지나면 서퍼는 파도를 만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프보드(surfboard)를 들고 눈 덮인 해변을 밟으며 파도치는 바다로 향하는 서퍼의 모습은 충분히 이색적이었다. 누구도 밟으면 안 될 것 같던 20cm 두께의 새하얀 도화지 위에는 결국 두 개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양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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