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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양광 땅 투기… 자녀에 불법증여도

입력 2018-08-16 03:00업데이트 2018-08-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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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발전시설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시설을 불법으로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실태조사에 나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상황을 악용해 일부 자산가들이 세금 탈루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당국은 27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거쳐 조만간 태양광 발전시설 불법 증여에 대한 세부 조사계획을 공개할 방침이다.

○ 태양광 설비 급증하며 불법 증여 사례도 증가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전국 태양광 발전 시설을 대상으로 자금 출처와 증여세 납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한 세무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세청은 부모가 자녀에게 투자금을 빌려준 것처럼 꾸며 자녀 명의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3000곳 이상의 발전소가 생길 만큼 짧은 기간에 태양광 시설 투자가 급증해 투자 자금 출처와 명의 확인 등이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등 부동산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증여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물 샐 틈 없이 자금출처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이를 피해 지방의 산과 농지에서 비교적 소액으로 이뤄지는 태양광 발전시설 투자로 눈을 돌리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

‘안정적인 노후사업’ ‘증여 가능한 사업’ ‘20%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유인해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태양광 발전소용 부지를 판매하는 기획부동산 업자도 조사 대상이다.

정부는 일반 투자자들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을 악용해 기획부동산이 태양광 시설용 부지를 매입한 뒤 비싼 가격에 분양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땅 값이 일반 토지의 5∼10배 이상으로 급등하는 등 투기 열풍이 불자 정부는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 “돈 된다” 태양광 발전에 투자자 몰려

태양광은 문재인 정부가 대체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급격히 수요가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공공과 민간에서 총 92조 원의 신규 설비 투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량 비중을 13%에서 57%까지 올리기로 하고 지원을 강화하자 태양광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임야, 농지, 염전 등에서 모두 3035곳의 발전소가 생겼다.

일부 부유층은 태양광 투자가 돈 되는 사업이라고 보고 뛰어들고 있다. 발전소가 들어선 땅은 기존 농지, 임야 등에서 잡종지로 용도가 변경된다. 농지와 임야는 개발할 때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잡종지는 여러 용도로 개발할 수 있어 태양광 발전소 부지가 시중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추세다.

산림청 관계자는 “잡종지는 임야보다 식당, 주택 등을 짓기 쉬워 우선 태양광 시설로 허가를 받아 잡종지로 바꾼 뒤 나중에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입도 태양광 투자로 눈을 돌리는 부유층이 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태양광 시설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100kW 미만 시설에 대해 20년간 1MW당 18만9175원의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사주고 있다. 하루 태양광 시설 평균 가동 시간이 3.5시간임을 감안하면 99.9kW 기준으로 한 달 매출은 190만∼200만 원 선이다.

부모가 100kW 기준 평균 투자 비용인 2억5000만 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용 부지를 매입하고 시설을 설치해 증여하면 자녀들의 통장에 매월 200만 원 안팎의 돈이 입금된다. 정당한 증여세를 내면 문제가 없지만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린 탈세가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 정부, 태양광 발전용지 지목변경 불허 방침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서 태양광 발전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태양광 발전시설 용지를 20년간 사용하도록 보장해주되 산지 지목 변경은 불가능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임야에서 잡종지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해 땅값 상승이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태양광 사업을 허가하기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20년만 쓸 수 있는 일시사용허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해결하고 정식 사업자의 수익은 최대한 안정적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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