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표적’ 장현수, 모든 비난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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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형 MF 나서 헌신적 플레이… “이번 경험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날이 떠올라 흘린 행복의 눈물이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현수(사진)에게 28일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은 뒤 흘린 눈물의 의미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가 됐던 페널티킥을 내준 멕시코전(1-2 패)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피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던 그는 이날 모처럼 활짝 웃으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FC도쿄의 ‘캡틴’이자 홍명보를 잇는 대형 수비수로 기대를 모았던 장현수에게 이번 대회는 악몽이었다. 첫 경기였던 스웨덴전부터 잦은 패스 실수와 맥을 끊는 경기 운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장현수는 멕시코전에서 전반 26분 페널티킥을 내줘 패배의 책임을 혼자 떠안았다. 후반 21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성급한 태클을 시도해 추가골의 빌미를 줬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기본이 안 됐다”며 이례적으로 혹평하기도 했다.

월드컵 내내 장현수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장현수가 팔을 들고 태클을 시도하다 핸들링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에 대해 누리꾼들은 “질문은 연습 때 하는 것”이라며 조롱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 처벌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멘털이 무너질 수도 있을 상황이었지만 장현수는 견뎠다. 그는 “팀원,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떨어질 곳이 없으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애써 위로했다”고 말했다. 축구는 어느 한 선수로 인해 결과가 달라지는 스포츠가 아니라며 자신을 감싼 동료들의 위로도 장현수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날 부상 중인 기성용을 대신해 중앙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장현수는 한결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후반에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독일 수비진의 허를 찔렀다. 예상 못 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쌓여 독일 수비에 균열이 생기고 후반 추가시간 마침내 골문도 열렸다. 극적 승리에 그를 향한 날선 비난도 사그라들었다.

상처뿐인 월드컵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장현수는 월드컵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는 “일상에서도 축구 생각만 해야 해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어느 포지션에 있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임무”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저를 두고 ‘운이 나빴다’ ‘실력이 없었다’ 여러 평가가 있었습니다. 모두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저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웃음).” 국민들을 울고 웃게 했던 장현수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러시아 월드컵#장현수#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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