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겨눈 홍기선 감독의 마지막 화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리뷰 / 洪감독 유작 ‘1급 기밀’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영화 ‘1급 기밀’을 통해 감독은 세상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사회적 메시지가 짙은 영화 ‘1급 기밀’을 통해 감독은 세상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의 역할은 우선 현실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영화를 안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거나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

2016년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고 홍기선 감독이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밝힌 영화에 대한 소신이다.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룬 ‘선택’(2003년)과 장기 미제사건을 다뤄 실제로 재수사까지 이끌어냈던 ‘이태원 살인사건’(2009년)에 이어 고인의 ‘사회고발 3부작’이라 불리는 ‘1급 기밀’이 24일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그의 유작이 된 영화는 역시나 현실에 깊이 뿌리박은 채 관객에게 ‘앉아 있지 말고 행동하길’ 주문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국내 영화 최초로 한국 사회를 뒤흔든 ‘방산 비리’를 소재로 삼았다.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 어느 날 한 공군 전투기 파일럿이 찾아와 부품업체 선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파일럿은 얼마 뒤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만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이를 오롯이 조종사의 과실로 덮어씌우려 하고 충격을 받은 박 중령은 ‘국익’을 위해 그들의 만행을 폭로한다.

홍 감독은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부터 이 영화 기획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민감한 소재 탓에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고, 결국 결실을 보는 데 8년 넘게 걸렸다. 어두운 현실에 상처받으면서도 끝내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보여줬던 박 중령. 그의 모습에는 고인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담백한 연출 스타일을 지닌 감독답게 영화는 철저히 주요 인물 위주의 드라마로 펼쳐진다. ‘살인의 추억’(2003년)’ ‘화려한 휴가’(2007년)에 이어 또 한 번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에 도전한 배우 김상경은 박 대위의 내적 갈등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지난해 ‘악녀’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옥빈도 정의에 투철한 탐사보도 전문기자를 깔끔하게 연기했다. 특히 감독의 부재에도 1년 넘게 후반 작업에 정성을 쏟은 제작·연출진의 공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홍기선 감독#방산비리#영화 1급 기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