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동생 조현문, 박수환 지시로 어머니에 독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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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재판에 증인 출석해 폭로
“겁먹은 부모님, 아들 사진 떼어버려… 박수환, 동생과 함께 비리고발 협박하며 주식 고가매입 요구했지만 거절”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59·여)가 효성그룹 가족 분쟁 당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48)의 배후 역할을 한 정황이 법정에서 대거 공개됐다.

3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49)이 박 전 대표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3)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연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표가 홍보 컨설팅 일을 하면서 대기업 총수 일가나 대표의 배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었다.

조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대표가 2013년 2월 찾아와 조 전 부사장이 퇴사해 변호사의 길을 가려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효성이 ‘서초동을 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검찰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6월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시켰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와 함께 불법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본인 소유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요구하며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지만 거절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공판에서 박 전 대표가 효성 분쟁에 개입한 배경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의 비상장 주식을 조 회장이 고가에 매입하도록 하는 계획이 성공하면 최대 100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가족의 분쟁을 이익으로 연결시킨 박수환의 행위는 인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에게 전달한 지시가 담긴 문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그중에는 조 전 부사장이 2015년 3월 아버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82)과 어머니를 만나서 모욕적인 언사를 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담겼다. △이번 미팅의 목표는 ‘M(모친) 제압’ △M 입장에서 타격이 될 단어, 메시지가 충격적이어야 함 등의 지침과 함께 어머니에 대해 ‘이 여자는 제가 본 세상에서 가장 표독하고 악에 가득한 독사 같은 사람’, ‘제가 가장 슬퍼하는 게 이런 사악한 독사의 배 속을 통해 제가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라고 표현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은 “실제로 동생이 집에 방문해 부모님을 협박했다”면서 “저런 말을 하는 걸 보고 부모님이 겁을 먹어 아들과 손자 사진을 집에서 떼어버렸다”고 증언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집안에서 생겼는지 참담하다. 이제는 체념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송 전 주필이 우리를 돕는다고 생각해 감사의 표시를 했다”며 “얼마 뒤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가 연결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는 송 전 주필을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조현준#박수환#재판#효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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