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녀 고액학원 보낸 사교육반대단체 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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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출연 사교육 비난하던 의사… 月 수백만원 들여 영재고 보내”
회원들 ‘말따로 행동따로’ 분통

‘사교육 반대’ ‘특권학교 폐지’ 등을 주장하는 대표적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의 핵심 간부가 자녀를 고액 사교육으로 영재학교에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구설에 올랐다. 사교육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여론과 정부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단체 간부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사걱세의 한 회원이 이 단체 이사 A 씨의 처신을 지적하고 우려를 표하는 e메일을 사걱세 측에 보냈고, 송인수·윤지희 사걱세 공동대표가 이 회원에게 보낸 답장이 31일 공개됐다.

e메일에 따르면 A 씨는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에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에서 한국수학올림피아드와 영재고 대비반 사교육을 시켰고, 자녀가 올해 영재고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자녀가 다닌 학원은 방학 때 밤 12시, 학기 중에는 오전 2시까지 운영되며 학원비가 월 200만∼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수업까지 선택하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 지역 학원 운영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이 주장이 맞는다면 A 씨는 불법 고액 사교육을 시킨 셈이다.

사걱세 회원들은 A 씨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 다른 회원은 사걱세 측에 보낸 e메일에 “A 씨는 공적으로는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설파해 왔으면서 정작 본인은 정반대의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느낀다”고 했다.

의사라 TV 출연으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A 씨는 강연에서 “(사교육으로) 돈을 들여가며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거나 “사교육 세력의 전략으로 부모들이 무너진다”고 말해 많은 학부모의 호응을 받았다.

사교육을 받거나 영재고에 진학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 정도의 사교육을 자녀에게 시키는 사람이 사교육 반대에 앞장서는 시민단체의 이사직을 맡는다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 일부 회원의 주장이다. 한 학부모는 “A 씨 영향력으로 볼 때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공동대표는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 속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잘못된 제도를 비판하고 이를 바꾸는 것과 그 제도 속에서 사는 시민들을 비판하는 것은 분리해야 한다”며 자녀를 영재고에 보낸 것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가 자녀에게 불법 사교육을 하도록 지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황과 맥락이 어땠는지 사실관계부터 파악한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본보는 A 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사교육#영재고#고액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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