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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피플] 티핑포인트 찍은 SK 문승원의 ‘바른 생각’

입력 2017-06-22 05:30업데이트 2017-06-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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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루에서 SK 선발 문승원이 NC 지석훈을 삼진 아웃시키며 완투승을 기록한 뒤 손짓하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무릇 ‘히트상품’에는 티핑포인트가 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가는 결정적 순간을 일컫는다. 가령 SK 김광현은 2007년 10월26일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정규시즌 3승7패에 불과했던 투수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판도를 뒤엎는 7.1이닝 무실점 투구를 해낸 것이다. SK의 에이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에 버금갈 전율이 2017년 6월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일어났다. 데뷔 6년 차 투수 문승원(28)이 NC를 상대로 9이닝 1실점(비자책) 완투승을 거둔 것이다. 연봉 4400만원 투수는 비로소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 SK 마운드의 희망에서 현실로 떠올랐다. ‘사건’ 하루 뒤인 21일, 문승원의 ‘바른 생각’을 들어봤다.

-이제 실감 나나?

“기분은 좋았는데 아직 시즌 중이다. 풀타임을 한번도 던진 적이 없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경기 전 감은 어땠나?

“평소보다 어깨 컨디션이 안 좋았다. NC 전력분석을 보니까 거의 다 3할 타자더라. 욕심 부리지 말고 최소 5이닝 2실점, 6이닝 3실점을 목표로 던졌는데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줘 상황이 쉽게 풀렸다.”

SK 문승원. 스포츠동아DB

-종전까지 6.2이닝이 최다투구였다. 7~8~9이닝 계속 한계를 돌파하는 기분이 어땠나?

“최대한 냉정하고 싶었다. 들뜰까봐 (벤치에서) 말을 안 했다. 7회 막고, 완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회 (박)승욱이가 ‘형, 완봉할 수 있겠어요’라고 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힐만 감독은?

“아무 말씀 없었다. ‘당연히 올라가라’는 뜻으로 알았다.”

-경기 중간에 감독이 어깨를 주물러 주더라.

“‘잘 던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끝나고 포옹하며 ‘굿 잡, 버디(buddy)’라고 하시더라.”

-힐만 감독은 어떻게 가르침을 주나?

“고민하고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주더라. 대전 한화전에서 4이닝 3실점 강판된 적이 있다. 그 전 2게임을 잘 던진 다음이라 생각이 더 많았다.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해서 답답했다. 혼자 외야에서 생각하고 있는데 보셨는지 들어올 때 불러서 ‘잘 치는 타자들한테 더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하셨다. 어제(21일 NC전)도 그 말이 생각났다. 그것이 완투에 결과를 미친 것 같다.”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1루에서 SK 선발 문승원이 NC 지석훈을 삼진 아웃시키며 완투승을 기록한 뒤 힐만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제 선발 생존을 놓고 고민 안 해도 되겠다.

“올해는 처음부터 그런 고민은 없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나는 시즌 끝날 때까지 너를 선발로 쓰고 싶은데 그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은 너’라고 하셨다. 보답하고 싶다.”

-SK의 시즌 첫 완투경기였다. 켈리 다음으로 많이(79.1이닝) 던졌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던지고 슬라이더가 결정구더라.

“맞다. 슬라이더 제구는 자신 있다. 이닝은 많이 던지고 싶은데 야구가 뜻대로 안 되는 것이니까….”

-대졸이지만 무명기간이 짧진 않았다.

“군대(상무)를 빼면 프로 4년차다. 동기들(NC 나성범, 두산 윤명준, 삼성 박해민 등)이 졸업부터 잘해서 늦은 감은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4살 어린 동생이 열성팬이라고 하던데?

“SK 페이스북에 (박)종훈, 켈리는 잘 던지면 무조건 올려주는데 나는 잘 던져도 승을 못하면 안 나오니까 ‘구단에서 형 싫어하냐’고 묻더라.(웃음) 어제 몰랐는데 동생이 야구장에 왔다. (수훈선수로서) 응원단상에 올랐는데 와 있더라. 아버지, 어머니는 프로 와서 야구장 한 번도 안 오셨다. 동생도 몰래 온다.”

-이제는 오셔도 되겠다.

“내년부터…(웃음). 잘 하면 상관없는데 못 해서 난타 당하는 모습 보여주기 너무 싫다. 어제 끝나고 바로 전화 했는데 좋아하시더라. 아버지가 야구를 많이 잘 아셔서 혼도 났다. 7회 권희동 상대 때 느린 커브를 던졌는데 ‘(자극할 수 있으니) 야구장에서 적 만들지 말라’고 하시더라. 권희동이 파워가 강하다. 전 타석에서 120㎞대 커브를 많이 던져서 다른 커브를 보여주려고 한 것인데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실제 오늘부터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 드나?

“어제는 ‘해냈구나’ 싶었는데 일어나니까 ‘다시 시작이구나’ 이런 생각뿐이다.(웃음)”

-완투 직후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좋았겠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다 마치느라 늦게 들어갔더니) 거의 다 퇴근하셨더라.(웃음) (김)강민이 형, (나)주환이 형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경기 전) 주환이 형 글러브 닦았는데 좋은 수비를 해주셨다. 또 닦아 드려야겠다.(웃음)”

-완투승 공은 챙겼나?

“챙겼다. (기념구 받은 것은) 프로 첫 승(2016년 5월4일 한화전)에 이어 두 번째다.”

SK 문승원(오른쪽)이 20일 NC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완투승을 달성한 뒤 포수 이성우에게서 평생 간직할 승리 기념구를 선물 받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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