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분25초 걸린 세월호 출동지령, 지금이면 1분50초

  • 동아일보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 가보니

1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국민안전처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이 대형 전광판과 모니터 등을 통해 전국 56개 상황실에서 진행 중인 신고 처리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대구=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1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국민안전처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이 대형 전광판과 모니터 등을 통해 전국 56개 상황실에서 진행 중인 신고 처리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대구=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학생이 투신하려고 건물 옥상에 있어요.”

12일 오전 전북의 한 도시에서 119로 걸려온 신고전화다. 전북소방본부는 즉각 구급대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동시에 경찰과 신고 내용을 공유했다. 별도의 112 신고가 없었지만 소방과 경찰 모두 현장에 출동했다.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가 출범하면서 이처럼 각 기관이 신고부터 현장 대응까지 자동으로 ‘공조’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정식 가동 후에는 하루 평균 1500여 건을 처리하고 있다. 관련 기관 모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골든타임 확보 위한 ‘전진기지’


12일 대구 달성군에 자리한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 상황실. 경찰 소방 등 각 기관이 운영하는 전국 상황실 56곳에 접수되는 신고 전화를 모니터링하고 기관 간 공조를 관리하는 곳이다. 센터 상황실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49m² 규모의 상황실 앞에는 70인치 화면 16대로 구성된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단일 상황실로는 가장 많은 206대의 서버 보안 네트워크 장비가 구축돼 있다. 단전에도 3시간 가동할 수 있는 비상축전지와 경유로 작동하는 비상발전기를 갖췄다.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10월 21개에 달하던 긴급신고전화를 3개로 통합(112, 119, 110)해 정식 가동 중이다.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각 근무자 자리의 모니터에서는 신고 내용뿐 아니라 현장 출동 및 대응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날도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경찰과 소방차량의 번호와 위치를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부산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최초 신고를 접수한 소방대원들이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신고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안내하는 상황도 이곳을 통해 경찰에 실시간 공유됐다.

센터 설치 전에는 기관별 공조가 제 효과를 낼 수 없었다. 처음 신고를 받은 기관은 해당 업무가 아니면 접수하지 않고 다른 기관으로 넘겼다. 신고자는 상황을 반복해 설명하거나 아예 신고전화를 다시 걸어야 했다. 각 기관의 대응 상황을 즉각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각 기관에 공조를 요청한 뒤 1분이 지나면 전광판에 녹색불이 들어오고 3분, 5분이 될 때마다 경고의 뜻으로 노란불과 빨간불이 각각 켜진다.

○ 참사 되풀이 막기 위해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 탄생의 배경에는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있다. 당시 최초 신고가 119로 접수됐지만 각 기관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 결국 해경과 소방에 출동 지령이 내려지기까지 5분 25초가 소요됐다. 만약 같은 신고가 지금 접수된다면 출동 지령까지 1분 50초 정도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까지 약 40만 건의 신고전화가 긴급신고 공동관리센터를 거쳐 기관별 공조로 이어졌다. 센터 출범 전인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현장 출동 등 공조에 걸리는 시간도 평균 3분 32초 단축됐다.

김영갑 국민안전처 긴급신고통합추진단장은 “신고 접수 및 처리 사례를 분석해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출동 시간 단축과 재난 예방 등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긴급신고#골든타임#전진기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