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보는데도 무서워. 내가 현역 타자라면 아예 칠 엄두도 안 날 것 같아.”(김동수 배터리코치)
‘끝판대장’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뒤 1일 처음 불펜피칭을 소화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시차적응이 덜 되고, 이제 첫 불펜피칭일 뿐이지만 모두들 “공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뛰면서 KBO리그 시절보다 더 진화한 것 같다는 평가였다.
오승환은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뒤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귀국해 대표팀에 합류했고, 28일 고척스카이돔을 처음 밟으면서 가벼운 캐치볼을 한 뒤 이날 곧바로 불펜피칭을 진행했다. 총 38개의 공을 던졌다.
현역 시절 KBO리그 개인통산 210승을 거둬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송진우 투수코치는 전날 몸 풀 때부터 오승환을 유심히 관찰한 뒤 “공 자체가 다르다.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무섭게 가속이 붙는다. 차에 비유하자면 람보르기니 같다”며 웃었다.
다른 차는 가속을 붙이기까지 힘이 들지만, 람보르기니는 출발부터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와 힘으로 치고 나간다. 송 코치도 그래서 오승환의 공을 세계적 슈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에 빗대면서 압도적 구위를 설명했다.
김동수 배터리코치는 이날 고척돔 지하 불펜에서 오승환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뒤 그라운드로 나오자마자 별다른 얘기 없이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웠다. ‘말이 필요없다’는 듯 눈을 감은 채 얼굴 한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KBO리그의 레전드 포수로, 수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본 그지만 오승환의 불펜피칭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코치는 “옆에서 보는데도 무서워”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내가 현역 시절로 돌아가도 타석에서 오승환 공을 칠 수 있을까 싶다. 특히 슬라이더가 기막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진화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WBC 대표팀 발탁된 뒤 오승환 공을 가장 받아보고 싶다고 한 김태군은 소원을 풀었다.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불펜에 앉았던 김태군은 “오늘 오승환 선배의 공을 받게 돼 영광이었다”면서 “직구 힘이 다르다. 슬라이더도 컷패스트볼처럼 짧고 빠르게 들어온다. 경험이 있다보니 자기만의 페이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작 오승환은 주변의 이런 평가에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멍하다.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공을 38개 던져봤는데 느낌은 괜찮다”고 첫 불펜피칭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붙박이 마무리투수 오승환에 대한 김인식 감독의 신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 감독은 “이제 연습경기가 2경기 남았다. 2일(상무)이 될지 4일(경찰야구단)이 될지 몰라도 한 번은 실전에서 던지고 대회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오승환의 향후 스케줄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