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신의 저주’라던 에이즈, 치료는 물론 예방까지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HIV감염 및 에이즈 예방약들

 ‘21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리던 에이즈가 현대 의학의 발달로 통제 가능하게 되었다. 에이즈에 걸리면 곧 죽는다고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마라톤하듯 치료를 꾸준히 이어나가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에이즈는 단순한 성병이 아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감염 질환이나 악성 종양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 모든 상태를 말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의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국내 HIV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역대 최저치인 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그동안 HIV 감염 진단 및 예방법이 확립되고, 치료법 역시 빠르게 진화했다. 특히 1997년부터는 세 가지 종류의 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칵테일요법(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으로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었다. 환자들은 약 부작용이 나타나도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하루 3∼4회에 걸쳐 20∼30알 이상의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이에 3제 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정착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 및 부작용 문제를 개선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HIV 치료의 성배라고 표현한 여러 기전의 약물을 하나의 알약으로 만든 최초의 단일정복합 HIV 치료제(STR) ‘아트리플라’가 등장했다. 이로써 HIV는 1일 1회 1알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는 2013년 HIV 단일정복합제 중 최초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스트리빌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하루 한 알이라는 편리한 HIV 약물치료가 한국에도 도입된 것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개선된 새로운 단일정복합제 ‘젠보야’도 등장해 환자들이 약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조금 더 줄여주었다.

 치료제의 개발로 국내의 HIV와 에이즈 사망률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나 감염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이후 연간 1000명 이상의 신규 HIV 감염자가 발생하였고, 지난해 국내 누적 감염자 수는 1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는 치료뿐만이 아니라 HIV 감염 예방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최초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트루바다’가 HIV 예방약으로 미국 FDA의 첫 승인을 받은 후, 미국 내에서는 2014∼2015년 예방요법을 시작하는 환자가 332%나 증가했다. ‘트루바다’는 높은 복약순응도만 유지한다면 최대 70%까지 HIV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밖에도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예방 요법이 고위험군에 대해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신형식 교수는 “고위험군이 하루에 한 알씩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할 경우, 92%이상 예방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고위험군이 예방을 위해 처방을 받을 때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점점 늘어나는 감염자 수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예방 요법이 들어온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이어 남아프리카, 프랑스, 케냐 등 ‘트루바다’를 예방약으로 허가한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지난해 9월, 경구용 PrEP 요법을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에이즈학회 역시 올해 말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남성 동성애자 및 에이즈 환자의 배우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PrEP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