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친박 경선지역에… 정치메시지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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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어 부산 찾아

노인복지관서 “파이팅” 박근혜 대통령(둘째 줄 가운데)이 16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을 찾아 노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노인복지관서 “파이팅” 박근혜 대통령(둘째 줄 가운데)이 16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을 찾아 노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13총선의 중심에 서고 있다. 잇따른 지방 행보에다 박 대통령에게서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공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 환영·비판 엇갈린 부산 민심

논란이 됐던 역대 대통령들의 총선 전 행보
16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튜브형·스틱형 포장으로 간편하게 벌꿀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업체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이게 창조경제”라며 “소비자가 뭐를 불편해하는지에 착안함으로써 부가가치가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너무 잘 팔려서 꿀이 모자란다’는 설명을 듣고는 “벌들이 바쁘겠네요”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수산가공선진화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백합(白蛤)이 500년을 산다는 게 정말이냐”고 물은 뒤 “그만큼 수산물이 몸에 좋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하사랑채 노인복지관 앞에 서 있던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손을 흔들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박 대통령을 보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유모 씨(64·여)는 “이제 소원을 다 푼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반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김모 씨(71)는 “대통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나타나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돕기 위해 행차했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고 했다. 실제 노인복지관에는 지역구(사하갑)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김척수 부산시당 정책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 전 시장은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수산가공선진화단지가 위치한 곳(서-동)에서는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경선을 치르고 있다. 창조경제센터가 있는 해운대갑에서는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이 하태경 의원 등과 경쟁 중이다. 인접한 기장군에는 진박(진짜 친박)으로 분류되는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선에 뛰어들었다. 주민 주홍선 씨(65)는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정치 수준은 많이 높아졌다”며 “대통령이 선거 전에 친박, 진박 후보들이 나온 지역구를 방문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와 무관한 발언이라도 유권자에게는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식돼 표심에 작용할 확률이 높다”며 “상식적으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굳이 부산을 방문해야 했느냐”고 지적했다.

○ 여당 내분 속 박 대통령 존재감 부각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박계 중심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그렇다 보니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TK(대구경북) 지역에 이어 부산을 방문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곡해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나라가 어려운데 대통령이 총선 전이라고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7일 “기회가 될 때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다른 지방 혁신센터 방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들도 총선 전 행보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곤 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2004년 2월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지방분권촉진대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불법관권선거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18대 총선 직전 은평뉴타운 공사현장을 방문했다가 측근인 이재오 의원 지원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등으로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면서 박 대통령이 더욱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에게서 ‘배신의 정치’ ‘구태정치 심판’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공천 여부로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박 대통령의 존재감이 부각된 측면도 있다.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무게감이 커질수록 총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이 안게 될 부담도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총선은 대통령이 아니라 당 대표가 끌고 가야 하는데 당 대표는 보이지 않고 정당정치는 와해된 수준”이라며 “이러다 보니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박근혜#총선#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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