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공관위’ 신뢰 위기… “고개 숙였던 김무성 반격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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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40/與 여론조사 유출 파문]

공천 갈등… 바람잘 날 없는 새누리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4·13총선 공천 관련 여론조사 자료가 3일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맨위 사진). 3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천 갈등… 바람잘 날 없는 새누리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4·13총선 공천 관련 여론조사 자료가 3일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맨위 사진). 3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의 4·13총선 공천 심사의 가장 중요한 자료인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무더기로 외부에 유출되면서 공천 관리의 신뢰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천 배제의 주요 타깃인 비박(비박근혜)계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다시 한번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4·13총선 공천용 지역구별 사전 여론조사 결과. 누군가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를 베낀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유통시킨 걸로 보인다.
3일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4·13총선 공천용 지역구별 사전 여론조사 결과. 누군가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를 베낀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유통시킨 걸로 보인다.
○ 유출된 문건에 어떤 결과 담겼나

이날 유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역 의원이 경쟁 후보에게 밀리는 지역이 적지 않다. 여러 지역에서 경선을 통해 현역 의원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관심을 끄는 TK(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A 후보보다 지지율이 16%포인트나 뒤졌다. 컷오프(공천 배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대구의 또 다른 초선 의원도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4%포인트 낮았다. 다른 두 명의 후보도 이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경선을 치르더라도 현역 의원이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1위였지만 2위와는 1%포인트, 3위와는 4%포인트밖에 격차가 나지 않았다. 오차범위 내에서 아슬아슬한 선두를 달리고 있어 결선 투표를 치를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구의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한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명의 후보는 현역 의원이나 다른 후보보다 10%포인트 안팎으로 뒤졌다.

경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전직 기초단체장 출신보다 18%포인트나 뒤졌다. 경선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기 지역 B 의원과 C 의원도 경쟁 후보보다 각각 13%포인트, 7%포인트 밀렸다. 울산 지역 한 의원의 지지율은 경쟁 후보보다 6%포인트 낮았다. 현역 의원이 간신히 앞선 지역도 많았다. 부산 지역 한 재선 의원은 경쟁 후보보다 지지율이 0.5%포인트 앞섰다. 반면 유출된 자료에 나온 현역 의원 18명은 상대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 살생부 논란 뒤엎을 메가톤급 파장

누가 무슨 이유로 유출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사건의 칼날이 누구를 겨냥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무성 대표 측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는 전망이 많다.

김 대표는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에게 ‘찌라시’(정보지)에 나온 ‘살생부’ 내용을 전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공관위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즉각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최고위원들의 결정에도 동의했다. 김 대표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의 경고를 수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공천 주도권이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이 위원장은 친박계 의원들에게 ‘살생부 논란을 너무 빨리 매듭지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 유출로 공관위는 스스로 공정성 논란에 빠졌다.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 공개된 만큼 현역 의원을 임의로 컷오프(공천 배제)시키는 것도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공관위가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김 대표가 강조한 상향식 공천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김 대표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뭐라 얘기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2012년 19대 공천 당시에도 현역 의원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유출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진 후보가 최종 공천자로 확정된 경우도 있어 ‘비박계 학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비박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 자료가 유출된 이후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총선#선거#여론조사#새누리당#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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