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인공노할 IS의 파리 테러, 문명사회는 단호히 맞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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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 무장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에서 저지른 동시다발 테러는 문명사회에 대한 극악무도한 반(反)인륜적 공격이다. 테러범들은 13일(현지 시간)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록밴드 공연이 열리던 유서 깊은 바타클랑 극장과 식당, 술집 등 6곳에서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470여 명을 살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관람석에 있던 파리 외곽의 축구경기장에서는 테러 용의자가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자살폭탄 조끼가 발견되자 스스로 폭파시키는 자살폭탄 테러까지 벌어졌다.

이번 테러가 올랑드 대통령을 겨냥한 테러라고 밝힌 IS는 “프랑스가 무슬림을 공습하고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데 앞장섰다”며 프랑스의 시리아 내 IS 공격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표현대로 “전 인류에 대한 공격”을 자행한 IS를 우리는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우리는 공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프랑스 국민에게도 경의를 표하며, 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다짐한다.

이번 사건은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알카에다의 미국 9·11테러가 일어난 지 14년 만에 일어난 ‘유럽판 9·11’이라 할 수 있다. 알카에다가 국가 없는 테러조직이라면, 2004년 이라크의 수니파 무장단체 ‘유일신과 성전’으로 출발한 IS는 지난해부터는 중세 이슬람 전성기의 ‘칼리프(이슬람의 정치 종교 지도자) 제국’ 부활을 주장하며 국가 행세를 하고 있다. 외국인 인질을 참수하고 산 채로 불사르며 공포 통치와 대량 학살, 성폭행과 성노예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면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 청소년을 전사로 끌어들이는 21세기형 테러집단이다.

IS의 이번 테러는 공연장 식당 등 일상적 생활공간인 ‘소프트 타깃’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는 공포를 확산시키고, 테러 용의자들이 난민을 위장해 유럽에 들어왔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IS는 지난달 31일 러시아 여객기 폭파에 이어 이달 1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폭탄테러를 저질렀다. 파리 테러를 ‘폭풍의 시작’이라고 밝혀 추가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가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서야 문명세계에 대한 IS의 극렬한 도전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테러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달 대규모 인명 살상용 사제폭탄을 만들 수 있는 질산암모늄을 국외로 반출하려던 IS 동조 외국인 5명이 적발된 것도 불길한 사례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를 방지할 입법의무가 국회에 있다. 테러 대응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16대 국회부터 제출됐으나 국가정보원의 권한 강화 등을 이유로 현재의 야당이 반대하면서 18대까지 매번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가 IS의 준동을 보면서도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아 무고한 국민이 희생될 경우 법안 통과를 막은 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파리#테러#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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