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기사 올려놓고 돈 요구… 광고주 86% “피해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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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비언론 외부평가 제안]도 넘은 사이비언론의 병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다음카카오 뉴스 서비스 공동 설명회’를 갖고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다음카카오 미디어팀 임선영 팀장(왼쪽)과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 유봉석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다음카카오 뉴스 서비스 공동 설명회’를 갖고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다음카카오 미디어팀 임선영 팀장(왼쪽)과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 유봉석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사이비 언론을 가려내기 위한 새 뉴스 제휴 정책을 발표한 것은 사이비 언론으로 인한 사회 병폐가 극심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사이비 언론들은 네이버 또는 다음에 노출된 악의적 기사를 삭제해 주는 조건으로 기업들로부터 광고나 협찬을 뜯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광고주 86.4%, 사이비 언론에 피해봐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달 초 국내 1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86.4%는 사이비 언론으로부터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대답했다. 특히 광고주들은 사이비 언론의 악의적 기사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하기 위해 전체 홍보예산 가운데 10%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비 언론에 광고나 협찬 명목으로 돈을 주고 기사를 삭제하면 네이버나 다음에서도 기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김상헌 대표가 광고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악의적인 매체의 잘못된 뉴스라도 기업이 해당 언론사와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결국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양사가 사이비 언론을 걸러낼 외부 평가위원회 구성을 언론계에 제안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자체적으로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사를 심사해 왔지만 결국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서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늘 사이비 언론들의 협박에 시달린다고 들었다”면서 “사이비 언론들은 포털 사이트 제휴 여부가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덤벼든다”고 말했다.

사이비 언론이 늘어나면서 매체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인터넷신문(5950개)을 포함해 총 1만7606개다.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제휴를 맺은 매체는 1000여 개. 이 중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정보 제공료를 내고 뉴스를 받는 매체는 14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00여 개 매체는 ‘공짜로’ 포털 사이트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인터넷신문이 처음 생긴 2005년부터 이름 없는 소규모 매체들이 네이버, 다음에 기사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협박성으로 광고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 286개였던 인터넷신문 수는 901개(2007년), 1698개(2009년), 3193개(2011년) 4916개(2013년)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 사이비 언론 행태 악의적 진화

사이비 언론들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악의적인 기사에 오너나 최고경영진의 이름과 사진을 이유 없이 노출시키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사례가 됐다. 기업과 관련한 부정적인 기사를 반복적으로 게재하거나 최근에 발생한 부정적인 이슈를 기업이나 오너와 엮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중에 나도는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오는 소문을 활용하기도 한다”며 “특히 찌라시 내용을 기사화한다고 협박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A기업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한 인터넷 매체에 올라온 악의적 기사를 빼기 위해 광고 명목으로 200만 원을 지출했다. 기사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이름과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이 기업의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기사를 빨리 삭제하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사이비 언론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광고주협회는 2011년에 ‘나쁜 언론’ 5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사이비언론신고센터’를 열었다. 2012년에는 ‘반론보도닷컴’도 개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업들은 포털 사이트 1위인 네이버에도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용 kky@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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