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비언론과 암묵적 공생… 사회적 책임을 언론계에 떠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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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비언론 외부평가 제안]일각 ‘평가위 구성’ 비판 목소리
언론 단체들 이해관계 제각각… 평가위 준비위 구성도 쉽지않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8일 사이비 언론을 척결하기 위한 새로운 뉴스 제휴 정책을 제안했지만 아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에는 이르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일부 사이비 언론의 뉴스 유통 부작용에 대한 공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쓴잔’을 언론계에 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이날 “사이비 언론을 가려낼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구성을 언론 유관단체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언론 유관단체는 한국언론재단, 한국언론학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이다.

그러나 평가위원회 구성에 앞선 준비위원회 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재단 관계자는 “언론사의 특성상 개별 단체에서도 회원사끼리 의견 조율이 힘든데, 단체끼리의 의견 조율은 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문협회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준비위원회나 평가위원회 구성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대책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언론 단체들끼리 의견 조율 실패로 평가위원회 설립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그 책임을 언론계에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준비위원회 구성이 안 될 경우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언론 유관단체들이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또 “준비위 구성 단계에서 양사는 간사 역할을 하며 행정적 기술적 지원만 할 것이며 어떤 결정에도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비 언론을 척결하는 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그동안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사이비 언론에 기사 노출의 장을 열어 줬고, 사이비 언론은 선정적 기사를 작성해 인터넷 이용자들을 포털로 끌어들이는 등 서로를 이용하는 ‘암묵적 공생 관계’였다. 이 틀을 스스로 깨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사이비 언론을 확산시킨 주역인데,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더 강력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평가위원회가 구성되면 결국 사이비 언론 활개의 책임은 포털 사이트가 아닌 평가위원회에 넘겨지게 된다”면서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는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모두 책임을 밖으로 전가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kky@donga.com·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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