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슈대 의대, 거론도 금기시했던 ‘미군포로 생체실험 만행’ 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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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잘못 반성합니다”

일본 규슈(九州)대 의대에 미군 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던 의대 선배들의 만행을 반성하는 전시물이 설치됐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오카(福岡) 현 후쿠오카 시에 있는 규슈대 의학부는 동창회 기부금으로 조성한 ‘의학역사관’을 이날 개관했다. 110여 년의 규슈대 의대 역사를 설명하는 총 63점의 전시물을 선보였는데 이 중 2점이 생체실험과 관련된 내용이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있었던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한 이 전시물은 ‘우리는 비인도적 생체해부 사건으로 희생된 외국인 병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적었다. 스미모토 히데키(住本英樹) 규슈대 의학부장은 개관식에서 “의학부가 해 온 역할과 공적, 반성해야 할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음에 나아갈 길을 사색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규슈대 생체해부 사건은 일본의 패전이 유력시되던 1945년 규슈대 의학부 교수들이 격추된 미군 폭격기 승무원 중 8명을 실습실에서 해부한 일을 말한다.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1923∼1996)의 소설 ‘바다와 독약’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종전 후 요코하마(橫濱)의 군사법정에서 이 사건에 관여한 의사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되는 등 사건 관계자 23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6·25전쟁 발발을 계기로 생겨난 미국의 대일본 유화정책으로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은 대부분 석방됐다.

규슈대는 최근까지 이 사건을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의학부 교수회의에서 의학역사관 개관을 계기로 부정적인 역사도 공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채택돼 생체실험 관련 전시물 전시가 결정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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