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CF-영화-드라마 속 아줌마가 변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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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랑 여자하기 나름” → 사회문제 해결하는 女전사

1989년 고 최진실이 출연한 삼성전자 TV 광고(위 사진). 이 광고에서 여성은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에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아래 사진)에서는 여성이 남녀관계를 주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아일보DB
1989년 고 최진실이 출연한 삼성전자 TV 광고(위 사진). 이 광고에서 여성은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에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아래 사진)에서는 여성이 남녀관계를 주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아일보DB
“남편 사랑은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1989년 삼성전자의 TV CF에서 고 최진실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CF에서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교를 떠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이처럼 당시만 해도 ‘기혼여성=전업주부’라는 등식이 팽배했다. 아줌마들은 이 틀에 갇혀 사회적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존재였다. 가끔 영화에서 묘사된 자유로운 기혼 여성은 ‘자유부인’이나 ‘애마부인’처럼 일탈적 성을 즐기는 형태에 그쳤다.

영화, 드라마, CF 속 아줌마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한 일간지의 TV 광고에서 배우 최유라는 ‘재테크도 알 건 알아야죠. 일부는 코스닥에 투자하고요…’라는 말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던 가장을 대신해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똑’ 소리 나는 여성상을 그린 것이다. 한 광고기획 전문가는 “최유라 광고 이전까지만 해도 아줌마는 우리 사회에서 ‘식순이’ ‘솥뚜껑 운전수’처럼 비하되는 존재였다”며 “당시 경제 사회적 구조의 변화가 여성의 지위와 역할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와 아줌마는 욕망과 사회적 능력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묘사되기 시작한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년)에서 엄정화는 결혼 뒤에도 남자친구와 연애를 즐기는 파격적 여성상을 연기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미혼모인 이영애가 20대 남성을 유혹해 복수극에 활용한다.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가 결혼했다’(2008년)에서는 아내 하나, 남편 둘인 ‘일처다부제’의 파격이 등장한다.

2008년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평범한 아줌마가 경제력을 가진 매력적인 남성을 만나 인생 역전을 하는 ‘줌마렐라 신드롬’을 몰고 왔다. 신데렐라와 아줌마의 합성어인 줌마렐라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30, 40대 후반의 기혼 여성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줌마렐라 신드롬은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 ‘내조의 여왕’으로 이어지며 인터넷 포털 국어사전에도 실렸다.

최근 영화에서는 모성애를 무기로 강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존재로 아줌마를 묘사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2012년)는 성폭력을 당한 딸을 대신한 엄마의 사적 복수를, ‘몽타주’(2012년)는 15년 전 아이를 유괴당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범인 체포에 나서는 엄마를 그린다. ‘세븐데이즈’(2007년) ‘써니’(2011년) ‘더 파이브’(2013년) 등에서도 현실 문제를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강한 아줌마들이 주인공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대중문화에서 아줌마를 그리는 시각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실제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현실을 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며 “기혼여성이 문화의 주요한 소비주체로 등장한 것도 대중문화의 시선이 바뀐 이유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아줌마#영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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