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My First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5-02-26 21:05수정 2015-05-1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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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든 향기든 첫 번째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당신의 첫 번째 향수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thewomandonga)에서 당신의 고백을 열렬히 기다리는 중이다.

1 김명진 (프리드코리아 MD)
까샤렐 아나이스 아나이스 오드트왈렛

내 후각의 ‘응사’ ‘응칠’ ‘토토가’. 짝사랑하던 오빠가 좋아한다고 해서 취향과 관계없이 늘 뿌리고 다녔다. 내 돈 주고 직접 산 건지, 오빠에게 선물 받은 건지 아니면 엄마에게 사달라고 떼라도 쓴 건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 그러다가도 우연히 이 향수와 마주치면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1990년대 대학생으로 돌아가 있다. 그립진 않은데 반갑고, 유쾌하진 않은데 미소가 지어지고, 분명 내 얘기인데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아련한 추억.

2 이원희 (조향사, 베러댄알콜 대표)
펜할리곤스 릴리 오브 더 밸리 오드트왈렛

내겐 언제나 첫눈에 반한 순간이 ‘첫’사랑이다. 향수도 마찬가지. 궁극의 향을 찾기 위해 떠난 런던 여행에서 봄날의 설렘처럼 다가온 향수. 꽃길 가득한 거리를 걸으면 이런 향이 날까.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코끝을 간질이듯 몸이 배배 꼬이는 가볍고 달콤한 향. 첫눈에 반했고 지금도 열렬히 사랑 중이다.

3 김승훈 (퍼퓸 디렉터, 메종드파팡 대표)
캘빈클라인 이터너티포맨

고등학생 시절 처음 내 돈 주고 산 향수다. 코끝을 찌르는 청량함에 청춘의 향기를 느꼈다. 지금처럼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향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신비로운 향에 취하고 싶었다. 가끔 백화점에서 이 향을 맡으면 학창 시절에 뿌릴 법한 놀랄 만큼 인위적인 향이구나 싶다. 향취로서는 더 이상 나를 끌어당기지 못하지만, 옛 추억과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충분히 좋다. 클래식이란 영원불멸이므로.


4 홍명현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MC팀)
아닉구딸 오드아드리앙

뻔한 이야기지만, 만 스무 살이 되는 성년의 날 선물받은 향수가 첫 향수다. 당시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던 제품인데, 남자친구가 배낭여행길에 사왔다. 너만의 향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로맨틱한(!) 말과 함께. 둥근 곡선형 보디와 정교하게 조각된 나비 모양 캡, 그 아래 묶인 사랑스런 리본까지 모두 다 좋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천연 레몬 향은 확실한 취향 저격. 사랑도 향수도 지금껏 잘 지키고 있다면 더 뻔하다고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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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은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라비다 라인 솔루션 퍼퓸드 코롱 스위티 부케

평소 ‘향’을 중요시한다. 일하면서 사람을 기억하는 데 향기만큼 확실한 게 없다. 그러고 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첫 단추를 꿰던 날에도 긴장을 풀기 위해 우아하고 부드러운 오데코롱을 뿌렸다. 첫 고객에게 향기 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서였다. 그때부터였을까. 가벼운 코롱 타입 향수를 선호하게 됐다.

6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에디터)
랄프로렌 폴로 스포츠 맨 오드트왈렛

성년의 날, 뜻하지 않게 여자 후배에게 장미와 향수를 선물 받았다. 당시에 난 성년의 날을 한 번도 챙겨본 적이 없어 어찌해야 할 지 몰랐다. 왜 나한테만 선물을 주는 걸까? 집에 가는 길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그땐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마시면 더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후배가 사준 향수로 도배를 하고 학교에 갔다. 그녀가 눈치 채주길 바라며 향수만 주구장창 뿌려댔다. 꽤 시원한 향이었는데,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7 김예람 (마몽드 마케팅 담당)
롤리타렘피카 첫 번째 향수 오드퍼퓸

첫 번째 향수? 말 그대로 ‘첫 번째 향수’다. 향수에 대한 지식이 없던 때, 무작정 독특한 이름만 보고 샀다. 매혹적인 보라색 보틀과 뿌릴수록 중독되는 달콤한 향은 나중에 알게 된 얘기다. 원래 한 번 빠지면 주위는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줄곧 사용하는 중. 현재는 오드트왈렛을 즐겨 사용한다.


8 정근영 (정식당 티소믈리에)
잔느 랑방 오드퍼퓸

남자 친구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꾸준히 커피 바리스타로 일해왔는데, 직업 특성상 향수는 론 향기 강한 제품은 꿈도 못 꾼다. 한번은 남자 친구가 커피 향도 좋지만 달콤한 향도 즐겨보라며 조심스레 향수를 내밀었다. 그는 향수보다 더 달콤한 남자였다. 물론 지금은 다른 브랜드 향수를 쓰고 있지만, 남자 친구가 준 향수 보틀은 다 쓰고도 진열장에 곱게 보관 중이다.

9 김효선 (비주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담당)
아닉구딸 쁘띠뜨 쉐리

스무 살, 낭만을 품고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순전히 매장 전경에 반해 들어간 곳이 아닉구딸 부티크였다. 그때부터 아닉구딸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평소 여성스런 향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쁘띠뜨 쉐리는 매일 사용해도 부담 없을 정도로 잔잔하고 여린 향이다. 아닉 구탈이 가장 아끼는 딸 카밀 구탈을 위해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일화는 뿌릴 때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감동을 준다.

10 정미순 (지엔퍼퓸 대표)
샤넬 No19 뿌드레 오드퍼퓸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뭐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구입했다. 그때 여자들은 다 향수 한 병씩 사고 그랬다. 그린 플로럴 계열의 신선하게 세련된 향취가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과하지 않고 적당했다. ‘샤넬’ 하면 백이 아닌 향수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자주 애용한 제품. 패기 넘치던 나의 20대 후반 회사 생활을 기억나게 해주는 파릇파릇한 향기다.


11 김두연 (칵테일 강사)
폴로 랄프로렌 블루 오드트왈렛

1990년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때다. 그날 입은 옷과 헤어스타일, 목 뒤에 흐르던 땀방울 하나까지 정확하게 기억난다. 잠깐 더위를 식히러 들어간 매장에서 시원한 향이 일품인 이 향수를 만났다. 매장을 나올 때 난 이미 폴로향수로 도배를 한 압구정동 신사가 돼 있었다. 남대문에 짝퉁이 성행하기 전까지 넘치게 사랑했다.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12 민효린 (배우)
세니떼 퍼퓸드 코롱 플로렌스 부케

‘처음’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봐주고 사랑해준 오랜 팬이 선물한 향수다. 새 출발을 앞둔 신부의 부케를 연상시키는 이 플라워 향수는 향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쁜 촬영으로 지치거나 피곤할 때 뿌리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케 하는 무모한 힘이 생겨난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늘 슈퍼우먼이란 소리를 듣나 보다.

13 김용목 (딜마티룸 티마스터)
휴고보스 보스 보틀드 나이트 오드트왈렛

문제아, 반항아, 힙스터. 쳇바퀴 같은 삶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며 이미지 변신을 위해 들어 선 향수 숍. 그러나 정작 골라낸 건 묵직한 블랙 보디에 담긴 우디 향수. 설상가상 향수를 뿌린 날에는 ‘Bottled Night’이라는 이름처럼 어김없이 밤새워 일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한편으론 그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티를 연구한 날도 있었구나 하는 추억이 깃든 향수다.

14 강기태 (메종데부지 대표)
휴고보스 휴고맨 오드트왈렛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던 그 시절 남학생들은 거의 다 아버지와 화장대를 공유했다. 알코올 향이 진동하는 스킨을 일부러 힘줘 착착 바르며 어설픈 마초남을 연기했다. 그런데 난 그 허세 가득한 냄새가 싫었다. 차라리 민숭민숭한 베이비로션이 낫겠다 싶었다. 뭔가 더 바르고 싶다면 향수 한 번이면 충분하다. 세련되고 품위 있고 정돈된 턱시도 차림의 남자처럼. 그래서 선택한 첫 번째 향수가 휴고맨!

기획·안미은 우먼동아일보 에디터 | 사진·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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